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정책금융 본질을 훼손한 정부 고액 배당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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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정기주주총회 당일 궁지에 몰리며 진땀을 흘렸다. 연일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는 노동조합이 고액 배당에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수백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은폐까지 드러나서다. 내부통제 실패에 이어 내홍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김 행장은 조직문화 쇄신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고액 배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과도한 정부 배당 축소 ▲이익배분제 도입 ▲체불 시간외 근무수당 지급 ▲탐욕적 정책금융 중단 등이 노조의 주요 요구사항이다.
김형선 금융노조위원장은 "기업은행의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는 오늘 주총을 통해 역대 최고액의 배당을 받으려고 한다"며 "정부는 대기업 감세로 축난 곳간을 중소기업인들이 낸 이자로 메꾸겠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된 기업은행의 배당금은 총 8493억원으로, 전년 대비 8.23% 증가했다. 주당 배당금도 전년 984원(19.68%)에서 1065원(21.30%)으로 불어났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지분율 59,5%)인 기획재정부가 가져가는 배당금은 약 5053억원에 달한다. 반면 지난해 당기순이익(2조4281억원) 전년 대비 0.6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기준 기업은행의 배당성향은 34.7%(별도 기준)로, 전년 대비 2.2%p 상승했다. 25% 안팎인 4대 금융지주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반면 기업은행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1.3%로, 13%를 웃도는 4대 금융지주보다 낮다.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떨어지는데도 배당은 더 많이 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은행의 노사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부실한 내부통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1000억원 가까운 규모의 부당대출을 알고도 숨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책은행'으로서의 체면과 신뢰를 모두 잃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검사에서 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들이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에 관여한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금감원은 기업은행이 조직적으로 금융사고를 숨겼다고 보고 제재절차에 착수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기록 삭제 정황과 관련자 간의 대화 등으로 미뤄볼 때 형법에서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조직적인 은폐 정황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금감원과 수사기관의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부당대출의 부실화 비율이 높고 사고를 은폐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강도 높은 제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기업은행이 책무구조도 제재 1호 은행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고 발생 시점은 지난해까지지만 조직적인 기록 삭제는 올해 책무구조도 시행 이후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김 행장은 쇄신 계획을 발표하고 사고 수습에 나섰다. 내부통제와 업무 프로세스의 빈틈, 부당한 지시 등 불합리한 조직문화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행장은 26일 오전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내부통제와 더불어 조직문화에서도 무관용 엄벌주의를 정착시켜 온정주의를 일소해 나겠다"며 "경영진의 일탈 및 내부통제 미흡에 대해서도 직무해임 등 중징계를 통해 의무와 책임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업은행은 감사 프로세스 점검과 비위행위 등에 대한 검사부 내부 고발을 담당하는 외부 전문가도 영입한다.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감사자문단을 운영해 검사업무의 공정성과 엄격함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이 같은 계획이 일회성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쇄신위원회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김 행장은 "아무리 좋은 제도와 시스템이 있어도 우리 스스로가 변화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쇄신은 성공하기 어렵다"며 "금감원의 감사결과를 철저한 반성의 기회로 삼아 빈틈없는 후속조치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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