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연기에 가려진 전선이 복병이었을 가능성 제기
의성 산불 진화 헬기 추락 현장 |
(의성=연합뉴스) 나보배 강태현 기자 =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임차 헬기로 진화 작업을 벌이다 추락해 숨진 A(73)씨는 40년 비행경력을 자랑하던 베테랑 기장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산림 당국, 강원도는 "헬기가 작업 중 전신주 선에 걸려 넘어졌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의성 산불 진화 헬기 추락 현장 |
◇ "40년 베테랑 노장 기장 죽음 허망해"…진화 투입 이틀째 참변
26일 강원도와 산림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54분께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한 야산에서 A씨가 몰던 강원도 인제군 소속 S-76 기종 임차 헬기(담수 용량 1천200ℓ)가 추락했다.
사고 현장에는 화재 발생 넷째 날인 지난 25일 처음 투입됐다.
A씨는 전날 오후 2시 인제에서 임차 헬기를 몰고 현장에 도착해 1시간 동안 진화 작업을 벌였다. 이후 오후 9시 34분부터 추가로 1시간 동안 진화 작업을 했다.
사고가 발생한 이날은 오전 9시 34분부터 25여분간 작업했고, 이후 휴식 및 급유를 한 뒤 낮 12시 44분께부터 다시 투입됐다가 변을 당했다.
B씨는 A씨를 "신앙심이 깊고 온화한 품성을 가졌던 사람"이라며 "늘 동료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곤 했다"고 기억했다.
B씨는 "비행할 때마다 힘들다는 말 한 마디 안 하고 늘 동료들에게 안전하게 비행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분이었다"며 "산불 진화에 투입되는 건 의로운 일이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이 있어 사고를 마주할 때마다 심적으로 너무 힘이 든다"고 토로했다.
산불 진화헬기 |
경찰은 추락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헬기가 짙은 연기에 가려진 전신주를 미처 보지 못하고 선에 걸렸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당시 사고 현장을 본 목격자는 "헬기가 공중 진화 작업 중 전신주 선에 걸려 땅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지난 22일부터 닷새째 불길이 꺼지지 않고 있는 의성은 곳곳에 짙은 검은 연기가 치솟는 상황이다.
의성 산불 현장에서 근무 중인 한 공무원 역시 "불이 난 지점에 정확하게 물을 뿌리기 위해서는 헬기가 낮게 날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산불 현장은 대체적으로 연기가 많이 나 시야 확보가 어렵다. 의성 산불 현장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헬기의 노후화 등의 문제도 제기된다. 사고가 난 기종은 1995년 7월에 생산돼 30년 가까이 운항했다.
사고가 난 기종이 강원도의 임차 헬기인 만큼 김진태 강원지사는 의성 현장으로 출발해 헬기 추락 사고 현장을 살펴볼 예정이다.
산림청은 헬기 추락 사고 직후 전국에 투입된 산불 진화 헬기 운항을 전면 중단, 조종사 안전교육을 실시한 뒤 2시간만에 재개했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안전을 위해 사고 즉시 전국에 투입된 산불 진화 헬기에 대해 일시적으로 운항을 중지토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warm@yna.co.kr
taeta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