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지난 겨울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전국농민총연맹의 트랙터 행진을 막아 일어났던 '남태령 대첩'이 약 3개월 만에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재현됐다. 경찰이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에 주차된 전농의 트랙터 한 대를 견인하려 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연좌 농성을 벌이면서다.
500여 명의 시민은 26일 서울 종로 경복궁역 2번 출구 인근에서 경찰을 향해 "농민의 소중한 재산인 트랙터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며 종일 도로를 지켰다. 이에 따라 해당 장소는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광장이 됐다.
앞서 경찰은 이날 오전 4시 15분경 경북궁 서십자각 앞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천막 농성장 인근에서 전농 소속 트랙터 한 대를 발견하고 지게차로 견인했다. 그 트랙터는 전날 전농 소속 '전봉준 투쟁단'이 남태령에서 상경 투쟁을 시도하려다 경찰에 막히자 밤생 농성 후 우회로를 통해 서울로 몰고 온 것이었다.
트랙터 견인 소식이 알려지자 농성자와 시민들이 경찰에 항의하며 이를 막았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활동가 한 명이 연행됐다. 경찰은 연좌 농성 발생 초기 트랙터 행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을 3면으로 둘러싸는 형태로 경력을 배치했지만, 오전 10시경 소수 인원만 남기고 철수했다.
오후 5시 현재 해당 트랙터는 경찰차 세 대에 둘러싸인 채 최초 위치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진 장소에 정차돼 있다.
▲ 26일 서울 종로 경복궁역 인근 경찰이 세 대의 차량으로 트랙터를 둘러싼 가운데, 시민들이 "트랙터를 돌려달라"며 집회를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민주당 행안위원과 대외협력위원들이 아침에 서울경찰청장을 항의방문했다"며 "트랙터 원상 복귀와 강제연행한 분의 조속한 석방, 경찰의 사과를 요구했고 지금 계속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30대 시민 임모 씨는 "농민들이 트랙터를 끌고 여기까지 올라오신 것만 해도 마음이 아픈데, 그냥 다녀가게만 해줘도 될 걸, 경찰이 보여주기식으로 막아선 것 같아 속상하다"고 했다. 다른 시민은 "경찰이 이 트랙터 훔쳐와서 시민들이 따라왔어요. 돌려주면 빨리 끝남"이라는 문구를 띄운 아이패드를 가방 위에 올려둔 채 트랙터 옆에 앉아 있었다.
▲ 26일 서울 종로 경복궁역 인근, 한 시민이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트랙터를 둘러싼 경찰차 옆에 세워둔 아이패드. ⓒ프레시안(최용락)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날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기 위한 행사를 계획했던 여러 단체도 경복궁역 앞으로 행사 장소를 바꿨다. 탄핵촛불을 든 나이팅게일 공동행동은 이날 '간호사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더는 생명의 존엄을 훼손하는 어떤 권력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며 "윤석열 정권이 퇴진하는 그날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같은 장소에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윤석열 파면 촉구 시민사회단체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서울 비상행동은 오는 27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시민총파업에 힘을 싣기 위한 123인 동조단식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상행동도 이날 오후 7시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를 농민과 시민들이 트랙터를 돌려달라며 연좌 중인 장소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 26일 서울 종로 경복궁역 인근에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시만사회단체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편, 오는 27일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총파업을 예고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에서 "헌재가 이유 없이 탄핵 선고를 미루고 있다"며 "윤석열에게 계엄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악몽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노동자에게 지옥문이 열리지 않도록 사활을 걸고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