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영업익 전망치 줄하향
비상계엄 사태 후 원화약세 지속
3분기까지 1450원대 유지 전망
트럼프發 해외투자 확대도 부담
실적악화 이어지면 외국인 이탈
"위험 선반영·일시둔화"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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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낮아진 대표적인 요인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꼽힌다. 여기에 더해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 여파로 나 홀로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돼도 올 3분기까지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며 상장사들은 수차례 경영계획을 수정하는 분위기다.
26일 서울경제신문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의뢰해 98개 국내 상장사의 실적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63%(62개)가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낮췄다.
우선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 이후 지속되는 고환율이 기업들에 원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영업이익 전망을 쪼그라뜨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산업구조상 환율이 오르면 국내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돼 혜택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반도체의 경우 올 2분기부터 메모리 가격 반등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관련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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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국내 기업의 해외 현지 생산이 증가한 만큼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지배적이다. 특히 미국 내 생산이 아니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정책에 따라 높아진 환율은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를 고려하는 기업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한다. 시기총액 3위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관세 리스크로 석 달 새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45.1%(2976억 원)나 하락했다. 전방 수요 위축으로 올해 배터리 업종 성장률은 지난해 대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해 포스코퓨처엠(-58.8%)과 에코프로비엠(-32.9%)도 줄줄이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졌다.
그 밖에 GS건설(-12.0%), 삼성물산(-8.5%), 한샘(-17.5%), 호텔신라(-39.1%) 등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와 내수 부진 영향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실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 30분 기준)은 전날보다 2.9원 내린 1466.3원을 나타냈다. 7거래일 만에 소폭 하락했으나 전날에는 장중 1470원을 육박하기도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12월 30일(1472.5원) 이후 최대치다. 반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4.307로 전날보다 0.02% 내리며 달러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 경기 회복 기대감, 중국의 부양책 효과 등으로 글로벌 자금이 미국을 빠져나간 영향이다.
씨티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져도 환율은 앞으로 석 달간 1450원 선을 유지할 것”이라며 “탄핵이 기각되거나 4월 중순으로 연기되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클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특히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관세 무풍지대 속 업황 효과로 영업이익이 상향 조정된 기업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49.3%), 삼성바이오로직스(9.8%), 삼양식품(5%) 등이다.
일각에서는 2분기 실적 예상치가 관세 리스크를 선반영한 만큼 일시적 둔화라는 관측도 있다.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는 “트럼프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되기 이전인 1분기에 선주문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2분기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이라며 “3분기 이후부터 회복세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민 기자 ymjeong@sedaily.com박정현 기자 ka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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