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삼의계곡 마을이 산불에 초토화돼 있다. 산불로 인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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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권 전역으로 확산된 산불로 26일 오후 4시 현재 최소 24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해마다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지만 이렇게 많은 인명 피해가 난 적은 없었다. 강풍 등으로 인해 초기 진화 실패는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인명 피해는 당국이 제대로 대처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았나.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사망 24명, 중상 12명, 경상 14명 등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산불이 강원도 등으로 계속 번지고 있어 앞으로 희생자가 더 늘 수도 있다. 지난 22일 의성군에서 시작돼 경북 북동부 지역으로 확산된 산불은 영양군, 청송군, 영덕군, 안동시에서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대부분이 60대 이상 고령자들로 재난문자를 받고 대피하다 차 안이나 도로 등에서 변을 당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산불이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번지는데도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사전 대피를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산불이 지자체 경계를 넘어오기 직전에야 대피 문자를 발송하고, 심지어 대피 장소를 안내한 지 얼마 안 돼 장소를 변경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봄철이면 연례행사처럼 산불이 발생하는데도 지자체의 대처가 이렇게 허술하다니 말문이 막힌다.
당국의 산불 진화 역량도 한심하다. 산불 초기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소방 헬기는 현재 산림청이 총 50대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주력 기종인 러시아산 헬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부품 공급 차질로 전체 29대 중 8대가 가동되지 않고 있다. 투입된 헬기들도 정비 등의 이유로 실제 진화 작업에 동원되는 건 20여대 수준이라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진화 작업 중이던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가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해 헬기 투입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정부는 ‘세계 4대 방산수출 강국’만 외칠 게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위해 소방 헬기부터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산불 진압에 투입되는 민간 진화대원은 대부분 환갑을 넘은 고령자들이라고 한다. 산불이 나면 15㎏에 이르는 펌프를 지고 높은 곳까지 올라가 불을 꺼야 하는데 평균 연령이 61살인 대원들이 이를 감당할 수 있겠나. 각 지자체가 진화대원을 ‘노인일자리’로 운용한 탓에 벌어진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인명 피해 방지를 최우선에 두고 산불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이번 산불로 드러난 재난 대응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과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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