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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쇳물에서 자동차까지’ 미국서 생산, 산업공동화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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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2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21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오른쪽 둘째),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이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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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미국에 4년간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했다. 지난 40년간 미국에 투자한 금액보다 더 큰 규모다. 현대차그룹으로선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공세를 회피하려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으나, 국민경제 전체 차원에서는 국내 투자와 일자리가 위축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대기업들의 잇따른 대미 투자로 국내 산업 공동화 현상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가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25일 발표한 투자내역을 보면, 자동차(86억달러 투자)와 부품·물류·철강(61억달러), 미래산업·에너지(63억달러)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있다. 자동차는 미국 내 생산량을 연 100만대에서 120만대로 늘린다. 또한 연 270만톤의 철강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제철소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짓는다. 핵심 부품은 현대모비스 현지 공장에서, 배터리는 엘지(LG)에너지솔루션과 현지 합작 공장에서 조달한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쇳물에서 부품·배터리, 자동차까지’ 미국에서 모두 생산하는 일관생산 체제를 완성하게 된다. 세계 주요 자동차회사에서도 시도하지 못한 일이다. 현대차그룹으로선 미국의 관세 압박을 피하고, 최대 판매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미국 투자를 늘리면 상대적으로 국내 투자는 위축될 수 있다. 특히, 자동차산업은 전후방 연관효과가 크고 고용창출력도 큰 업종이다. 일각에선 이번 계획으로 국내 생산물량이 30만대가량 줄어들고, 인력도 부품업체를 포함해 1만명가량 감축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올해 국내에 사상 최대인 24조3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하긴 했다.



문제는 다른 대기업들도 대미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주력산업 전반의 국내 생산기반이 약화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역량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한 대응을 개별 기업에만 맡겨놓을 게 아니다. 국가 차원의 패키지를 마련해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일괄타결 방식으로 풀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미국 현지 공장 설립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최소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은 국내에서 조달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국내 산업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다. 정부가 국내 산업을 어떻게 유지·발전시킬 것인지 대전략을 마련해 강대국의 통상 압박에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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