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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있는데 고아로 속여 해외입양…진실화해위, 56명 인권침해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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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입양인 부부 신승엽(54)씨와 김미애(55)씨는 입양된 지 약 50년이 지난 2022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조사를 신청했다. 입양 서류가 조작된 정황이 있어 ‘정체성을 알 권리’가 침해됐다는 이유에서다. 남편 신씨는 호적이 2개인 문제가 있었다. 1975년 입양 당시 가족 등록이 돼 있었지만 입양기관이 해외 입양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그를 ‘고아’로 기재한 새 호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발견 장소도 입양 알선기관의 주소지인 ‘도봉구 쌍문동’으로 기재됐다.

아내 김씨는 미아를 고아로 둔갑시켜 해외 입양하는 일을 막기 위한 ‘친가족 찾기’ 절차가 없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 어머니는 공장에서 일하며 잠시 아이를 지인에게 맡겼는데 그 후 김씨는 3세 때인 1973년 네덜란드로 입양됐다. 생일조차 입양 기관에 의해 임의로 기재됐다. 딸의 행방을 몰랐던 어머니는 아이가 사망한 줄로만 알고 살다가 2006년이 되어서야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입양 사실을 알게 돼 친딸과 재회할 수 있었다.

진실화해위는 26일 오전 10시 ‘해외 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 진실 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신청자 56명에 대해 ‘진실 규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1960∼1990년대 덴마크·미국·스웨덴 등 해외 입양인 367명이 지난 2022년 신청한 조사 결과 중 일부다. 2년 7개월간 조사 끝에 4명 중 1명 정도만 인권침해를 인정받은 셈이다.

진실화해위는 해외 입양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유형으로 신씨 사례와 비슷한 ‘허위 기아발견신고 등 기록 조작’, 김씨 사례와 비슷한 ‘요식행위인 부양의무자 확인공고’를 지적했다. 이 외에도 적법하지 못한 입양 절차 진행, 양부모 자격 부실 심사 등이 거론됐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서는 국가의 공식 사과, 입양인의 실태 조사와 후속대책 마련, 피해자 구제 조치와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 비준 등을 권고했다.

신씨 부부는 아직 진실화해위의 결과 통지를 받아보지 못한 상태다.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에서 네덜란드로의 해외 입양에 대해 연구 중인 아들 신서빈(26)씨가 이날 기자회견에 대신 참석해 “신청인 중심으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해외 입양인 약 20만 명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신청인 사례 발표자로 연단에 선 김유리씨는 “국가의 해외 입양 정책이 만든 피해자들의 평생 트라우마를 다시 평가하고, 권고 사항을 철저히 검토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아미 기자 lee.ah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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