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30 (일)

[광화문]MBK의 그늘, 홈플러스의 실랑이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가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프러스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전단채 사기발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3.14. scchoo@newsis.com /사진=추상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투자사 홈플러스 법정관리 신청 이후인 지난주 밤에 있었던 일이다. 동네 홈플러스 슈퍼(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어떨까 하고 살펴보러 갔던 참이었다. 몇몇 대형 납품업체들이 추가납품을 주저한다고 알고 있었고 오후 10시30분이 지난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진열대는 이미 군데군데 많이 비어있었다. 폐점을 앞둔 시간, 계산대에서의 실랑이가 눈에 띄었다.

"물건 한꺼번에 많이 샀다고 이렇게 불친절한 곳은 여기밖에 없을 거에요. 제가 한두번 겪은게 아니에요." "불쾌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고객님.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여성고객과 계산대의 캐셔 사이의 가벼운 말다툼이 끝나지 않고 큰 소리가 이어지자 매니저로 보이는 남자직원까지 매달려 있었다. 그나마 무인계산대가 도입돼 캐셔마저 줄어든 동네 슈퍼. 직장일을 마친뒤 늦은 귀가를 앞두고 편의점에서보다 몇백원이라도 아껴보려고 일부러 슈퍼에 들러 장을 본 고객도, 홈플러스 사태로 불안한데다 마감 시간까지 일한 직원들도 피로가 누적되기는 마찬가지였을 터다. 이들에게는 몇백원, 몇천원, 몇만원은 꼭 아껴야할, 꼭 더 벌어가야할 돈이었다.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라는 MBK의 홈플러스의 인수부터 법정관리(회생) 신청까지 요란했던 과정을 돌아보자. MBK는 2015년 당시 대형마트 2위였던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7조20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이중 약 3조원은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조달했다. 정부가 사모펀드의 자본조달, 운용, 매각 등 규제를 완화한 1년여 뒤 MBK는 기다렸다는듯이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MBK는 호기롭게 외형을 키워나가겠다고 했고 적절한 시기에 재매각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이후 알짜 점포까지 매각한뒤 다시 매장을 임차하는 방법을 썼다. 매각 대금으로 차입금을 갚고 대출 이자는 매장 흑자로 갚는 것이다. 투자로 이어져야할 이익이 빚갚는데 고스란히 쓰인 과정에서 본업 경쟁력이 추락해 영업 적자의 악순환이 계속됐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과의 경쟁도 격화됐고 쿠팡 등 대형업체의 가세로 온라인으로도 무한 출혈경쟁이 이어졌다.

자금사정은 자연스레 악화됐다. 최근 들어서 홈플러스는 법정관리(회생) 신청 직전까지 카드매출 채권 등을 담보로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ABSTB) 등 수천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개인에 판 채권만 2075억 원에 달한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떨어질 것이라는 통보를 받은 지난달 25일에도 820억원 규모의 전단채를 발행해 팔아치웠다. 회생절차가 개시된 지난 4일 이후 임대료 지급을 중단한 상태여서 임대점포 소유주들과의 관계도 삐걱인다. 불가피하게 언론노출도 잦아지면서 거래처와 고객들은 조금씩 빠져나갔고 직원들은 극심한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

#파장이 커지자 뒤늦은 감독이 본격화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례적으로 사모펀드 대상으로는 처음으로 MBK 정식 검사에 착수했다. 국세청도 조사4국 등을 동원해 세무조사에 들어가는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기업카드 한도 등 거래조건을 유리하게 적용했는지 등을 따져보려고 MBK와 홈플러스, 롯데카드의 부당내부거래 혐의와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26일 언급("사회적 관심이 많은 부분이고 피해자도 다수가 있는 상황이므로 엄정·신속하게 조사해서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처럼 금융 당국은 신속히 조사해 사실을 규명하고, 필요하면 사법 당국도 나서야 한다. 기업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한다는 사모펀드의 취지를 살리고 향후 사모펀드의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라도 더욱 그렇다. MBK와 홈플러스의 석연치 않은 태도로 불안과 불편이 끊이지 않는 직원, 임대점포, 고객(매장, 관련 금융상품 구매 등)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덜어주는일, 당장 필요한 과제다.

머니투데이

배성민 에디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배성민 기자 baesm100@gmail.com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