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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1 (월)

[단독] 국세청, 기관 제재 '단골 기업' 모범납세자 선정…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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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뉴스 = 김면수·태기원 기자] 국세청이 매년 3월 3일 납세자의 날을 기념해 선정‧포상하는 모범납세자 가운데 '모범'이라는 타이틀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이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올해 선정된 모범납세자(기업) 명단 중에는 불과 수 년 전 특별세무조사를 받거나, 각종 법규 위반으로 수십 건의 제재를 받은 이들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국세청은 지난 3일 제59회 납세자의 날을 맞아 성실한 세금 납부와 세정 협조에 기여한 개인 및 법인 569명을 모범납세자로 선정, 포상했다.

모범납세자로 선정될 경우 개‧법인은 3년간 세무조사가 유예될 뿐만 아니라 (지방국세청장 표창, 세무서장 표창은 2년), 1년간 관세청의 관세조사도 면제된다.

또 정기세무조사 착수 시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금융권 대출금리 우대, 국방부·방위사업청 가점 부여, 공영주차장 무료 이용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27일 필드뉴스가 올해 모법납세자 수상자들의 면면을 분석해 보니, 모범납세자 선정 기준에 부합하기 어려운 기업 사례들이 다수 발견됐다.

우선, 모범납세자 선발 기준에 따르면 '정부포상업무지침'에 따른 추천 제한 기준에 해당되거나 각종 언론보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경우는 추천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정부포상업무지침을 보면 수사 중이거나 형사사건으로 기소 중인 자 또는 단체(기관), 산업재해 발생으로 명단이 공표된 사업장, 공정거래법 위반 법인 및 임원, 부도덕한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기업 등은 추천 대상에서 배제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기준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모범납세자' 금호석유화학, 3년간 제재만 46차례…공정위·노동부 제재 포함

금호석유화학과 백종훈 대표이사는 올해 기획재정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금호석화가 최근 공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최근 3년간 국가 및 공공기관으로부터 수 십건의 제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금호석화와 자회사는 최근 3년간 수사사법기관 제재 7건, 금융감독원 1건, 공정거래위원회 2건, 고용노동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 기타 공공기관 제재 35건, 한국거래소 제재 1건 등 무려 46건의 제재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한국거래소에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과징금 1600만원을 부과받았다.

2023년에는 박찬구 회장이 2018년~2021년 대기업을 지정을 위한 공정위 자료를 제출하면서 친족(처남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지노모터스 등 4개사를 누락해, 1억 500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이 뿐만 아니다. 금호석화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 및 지방노동청으로부터 다수의 과태료와 시정명령을 받았으며, 자회사인 금호티앤엘은 지난해 협력사 중대재해 사고로 인해 1128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이밖에도 환경청과 여수시청 등으로부터도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폐기물배출자 입력기한 초과 등을 이유로 십 수차례 과태료를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수 십건에 달하는 제재에도 불구하고, 금호석유화학이 과연 '모범납세자 선정 기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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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세 혐의' 특별세무조사·사회적 물의 의혹 후에도 모범납세자 '안착'(?)

불과 몇 년 전 국세청으로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받고, 거액의 세금을 추징받은 기업들도 모범납세자에 다수 포함된 것으로도 나타났다.

실제로 올해 산업포장을 수상한 에스제이듀코는 특별세무조사 1년 전인 2018년에도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대통령표창을 받은 기업이다. 당시 수상으로 세무조사 유예 혜택을 받았음에도 다음 해 특별세무조사를 받아 논란이 됐다.

같은 기업이 불과 몇년만에 다시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것이다. 훈격도 7년전 대통령표창에서 산업포장으로 높아졌다.

비슷한 사례로 도화엔지니어링과 금호석유화학도 올해 기획재정부장관상을 받았으나, 각각 2016년과 2020년 특별세무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도화엔지니어링은 당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로 약 105억 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바 있다.

각종 논란과 의혹으로 언론보도의 조명을 받은 기업도 모범납세자로 선정됐다.

실제로 올해 납세자의 날 행사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은산해운항공의 경우, 2023년 창원 수정만 매립지 인수 과정에서 투기 의혹으로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기업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는 공시지가보다 232억 원 낮은 가격으로 매립지를 사들여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해당 매립지는 신한자산신탁이 3차례 경매에 부쳤으나 유찰된 바 있다.

결국 STX중공업이 통매각을 진행하면서 은산해운항공이 수의계약으로 헐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모범납세자 선정 기준을 보면 언론 보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경우 등에는 (선정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이번 경우는 조금 의아하다"며 말을 아꼈다.

◇ 모범납세자 선정 후 의혹 제기돼 특별세무조사 받은 사례 '다수'

과거에도 모범납세자를 둘러싼 각종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이는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기업이 얼마 지나지 않아 '탈세 혐의' 등으로 특별세무조사를 받고, 거액의 추징금을 받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스바이오메드는 2018년 모범납세자로 선정됐으나 지난해 국세청으로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받았다.

엠씨넥스는 2020년 선정된 후 2021년 국세청 조사를 받았다. 이외에도 에이스건설은 2002년과 2006년 두 차례 모범납세자로 선정됐지만, 지난해 국세청 특별세무조사를 받았다.

이처럼 세무조사 대상이 됐던 기업들이 모범납세자로 선정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국세청의 선정 기준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성실한 납세자가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투명하고 엄격한 심사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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