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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1 (월)

“기후변화에 맞는 산불 대응역량 필요”…장비·인력 확충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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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동시에 발생한 산불로 인명·재산 피해가 확산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과 장비를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6일 경북 의성군 고운사에 산불로 전소된 건물 흔적들이 보이고 있다. 이번 경북 의성 산불로 국가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고운사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전소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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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산림청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중·대형 산불 10건이 발생했다. 이번 산불로 26명이 숨지고 3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날 오전 5시를 기준으로 피해 면적은 3만600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역대 최대 피해 규모다. 화마로 삶의 터전을 잃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은 1만67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산불로 피해가 가장 큰 경북 의성·안동 지역은 물론 경남 산청·하동에서는 초속 20m에 달하는 강한 바람 때문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산불이 이미 연중화·대형화한 만큼 진화헬기와 차량 등 장비, 전문인력을 확충해야만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기후 변화가 갈수록 심화하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 맞는 산불 대응 역량이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산불 연중·대형화…2020년대 580건 발생



지난해 발간된 국립산림과학원의 자료(제1차 산림·임업 분야 기후 변화 영향평가 종합 보고서)에 따르면 산림 기온이 1.5도 상승하면 산불위험 지수가 8.6% 증가한다. 산림청이 산불 추이를 분석한 결과 1980년대 연평균 238건이 발생하던 산불은 2020년대 들어서는 580건으로 급증했다. 봄철(3~5월)에 발생한 산불은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마을이 산불에 폐허가 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덕에서는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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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산림과학원 이병두 산림재난·환경연구부장은 “봄철 산불은 언제 어디서, 얼마나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성이나 산청 같은 대형 산불이 발생하더라도 전국의 모든 진화헬기를 끌어모을 수 없다”며 “지역마다 최소한의 헬기를 배치해야 하는 데 결국 대형헬기를 들여오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초동 진화 위해 2만~3만L 헬기 확충 필요



산불 진화의 핵심 장비는 헬기다. 이번 산불 진화에 동원된 헬기 대부분은 담수량이 1000~2700L 규모의 중소형 기종이다. 때문에 이철우 경북지사는 “산불 초반에 2만~3만L 이상의 물을 나를 수 있는 헬기가 필요하다. 작은 헬기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경국대 소방방재학과 정태헌 교수도 “산림 화재를 조기에 진화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헬기인데 소형보다는 대용량 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화헬기 50대를 운용 중인 산림청은 용량이 1만L 크기의 대형헬기(치누크)를 미국에서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우선 3대를 구매할 예정으로 올 하반기 1대가 도착한다. 대당 가격은 550억원 정도다.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진화 헬기 추락 사고가 발생한 26일 이와 관련 전국 산불 현장 헬기 운항 중단이 내려진 가운데 경북 영양군 영양읍에 산불 진화 헬기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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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과 관계 당국은 산불특수진화차 추가 도입도 추진 중이다. 특수진화차는 물탱크 크기가 3500L로 일반 산불진화차(800~100L)보다 3배나 크다. 높은 경사나 구덩이, 암석, 비포장길도 달릴 수 있는 데가 야간진화도 가능하다. 산림청은 현재 29대인 특수진화차량을 100대까지 확보해야만 신속한 진화가 이뤄질 것으로 분석했다.



산불진화대원 전문 교육·임도 확충 주문



전문가들은 산불특수진화대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적인 교육도 수시로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 산림청 소속 진화대원과 달리 지방자치단체가 임시로 고용한 대원은 대응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관계 기관의 전문교육을 통해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정태헌 교수는 “산불 진화에 투입하는 진화대원은 반드시 전문성을 확보한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헬기·차량 등 장비와 함께 임도(林道) 확충을 과제로 꼽았다. 차량 투입이나 야간 진화 때 현장 접근을 위해서는 임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원 강호상 교수는 “헬기는 강풍이 불거나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면 활용이 쉽지 않다”며 “2022년 울진 산불 때도 산불진화 임도 덕에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를 지켜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남 산청·하동 산불 엿새째인 26일 산청군 시천면 동당리 일대에서 산청군 산불진화대원들이 방어선 구축 작업 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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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 분야 전문가인 남성현 전 산림청장도 임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1968년 조성을 시작한 임도는 총연장 2만6789㎞(2024년 기준) 수준이다. 산림 1㏊를 기준으로 독일은 임도가 54m, 호주는 50.5m, 일본은 23.5m이지만 한국은 4.01m에 불과하다. 산림청은 사유림과 국유림·국립공원 등에 산불진화 임도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지만,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산불관리 주체 산림청→소방청 주장도



일부 전문가는 산불 관리의 주체를 산림청에서 소방청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림청은 산림 보존과 예방·복구에 집중하고 화재는 전문성을 갖춘 소방청이 주도해야 한다는 취지다.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채진 교수는 “소방에는 산불 진화 훈련과 장비 확충을 위한 예산도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며 “큰불은 소방이 잡고 잔불은 계약직으로 고용한 진화대원에게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26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산불 현장에서 진화대원들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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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더해 산불이 발생한 지역에서 주민 대피 등 신속한 조치를 통해 인명 피해를 줄여야 한다. 경북 북부지역에서 숨진 주민들은 대부분 대피 과정에서 사고를 당했다. 정부는 관련 법(산림재난방지법)을 개정해, 내년 2월부터 산림청장이 강제로 주민을 대피시킬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강원대 산림과학부 채희문 교수는 “대다수의 산불은 (해당 지역) 주민이 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산불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에게 산불 예방 활동에 따른 금전적·행정적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덕수 "장비·인력 충분히 갖췄는지 철저히 점검"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26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이번 재난이 지나가면 (지금까지) 우리가 국토를 관리해 온 방식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며 “관련 장비와 인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 철저하게 점검하고 대응체계와 자원을 철저하게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신진호·이영근·전율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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