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와 윤 대통령의 동시 퇴장론을 주장해 온 한 중립성향 의원도 “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만 가지고도 30차례 줄탄핵했는데, 정권까지 차지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느냐”며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의 적대적 공생이 당분간 더 이어지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기류도 비슷했다. 참모들은 전날 선고 직전까지 이 대표의 유죄를 확신하는 분위기였지만, ‘통 무죄’ 판결 후 탄식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무죄 판결에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고, TV도 꺼버렸다”고 했다. 이 대표가 김문기씨와 해외 출장을 갔던 사진 중 일부를 확대한 것을 2심 재판부가 조작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번호판을 확대한 속도위반 사진도 다 조작이냐”며 불만을 드러내는 이도 있었다.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해야 한다는 명분이 더 커졌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여권 관계자는 “다수 의석을 지닌 이 대표가 대통령까지 하면 그 누구도 견제할 수 없다”며 “이 대표를 막을 수 있는 건 윤 대통령뿐”이라고 했다.
이런 윤 대통령 복귀론은 강성 지지자들이 주장해온 ‘부당 탄핵론’과는 맥락이 다르다. 선거법 항소심 무죄로 일종의 면죄부를 얻은 이 대표와 조기 대선에서 붙으면 질 것 같으니, 차라리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각하돼 조기 대선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논리다. 당 관계자는 “‘지금 흐름으론 이재명을 이길 수 없다’는 패배주의가 당에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기정·박태인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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