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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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평사원으로 시작해 총괄이사, 하이브 최고브랜드책임자(CBO), 어도어 대표이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0여 년간의 노하우를 집약해 ‘민희진 감성’이라는 독창적인 브랜드를 구축했고, 뉴진스를 통해 K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하지만 최근 1년 하이브와의 경영권 갈등과 뉴진스의 독립 선언은 민희진과 뉴진스 모두에게 예상치 못한 난관을 가져왔다.
민희진은 자신의 커리어를 가능케 한 키워드로 ‘책임감’과 ‘투쟁심’을 꼽는다. 그는 SM엔터테인먼트 시절 소녀시대, 샤이니, f(x), 엑소 등 그룹들의 콘셉트를 기획하며 K팝의 시각적 혁신을 이끌었다. 이후 하이브에 합류해 뉴진스를 제작했고, 뉴진스는 데뷔와 동시에 K팝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뉴진스 역시 소속사 어도어와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하며 독립 활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멤버들은 “K팝 산업이 아티스트를 상품으로 취급한다”며 “한국이 우리를 혁명가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K팝 산업의 문제가 하룻밤 사이에 바뀔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뉴진스의 칼끝은 소속사를 넘어 K팝 산업과 한국으로까지 향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 고상록 변호사는 “뉴진스가 이제는 K팝 산업을 부정하고 끝내는 법원을 무시하고, 한국 전체를 한심한 사회로 몰아넣고 혐한 발언을 내뱉기에 이르렀다면 그다음에 이들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라고 했다. 소송에서 졌을 경우 천문학적 위약금도 물 수 있는 처지다.
민희진과 뉴진스가 갈등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침묵하거나 법적 근거를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민희진은 “공식을 깨고 싶다”는 철학으로 K팝 시장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온 인물이다. 만약 그가 갈등 상황에서도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절제된 대응을 택했다면, 불필요한 논란 없이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민희진과 뉴진스의 사례는 K팝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팬덤 중심의 소비 문화, 아티스트 상품화 논란, 그리고 상업성과 예술성 간의 균형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정적인 대립보다는 절제된 접근과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하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더 위협적이기 마련이다. 함부로 휘두르지 않은 칼은 그 자체로 잠재력을 내포하며 상대방에게 더 큰 압박감을 줄 수 있다. ‘책임감’은 사라지고 ‘투쟁심’만 남은 듯한 민희진과 뉴진스는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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