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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1 (화)

오상훈 럭스로보 대표 “학생 시절 창업해 50여개국에 수출하는 스타트업을 만든 비결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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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훈 럭스로보 대표, 2014년 로봇학과 학생 시절 창업 시도…교육형 모듈 로봇으로 50여개국 수출
마이크로 컨트롤러(MCU) 활용 OS 개발, IT 기기에 접목하는 사물인터넷(IoT) 개발 지원 사업 다각화
구글 1억달러 인수 제안 거절로 유명세, 2021년 프리 IPO 2200억 기업가치 올해 상장 기대감
스타트업이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가 포기하지 않는 도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들 앞에 놓인 과제들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다 보면 새로운 길과 기회를 찾기도 한다. 유니콘으로 성장한 스타트업 중 적잖은 회사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중 하나는 ‘앞이 보이지 않은 막막한 순간’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는 ‘그 순간을 극복할 때마다 새로운 경쟁력이 생겼다’는 말이 따라 붙곤 한다.

그런 스타트업의 성공 방정식을 착실하게 밟아오고 있는 스타트업 중 하나가 바로 럭스로보다. 광운대 로봇학과에서 재학 중이던 오상훈 대표가 지난 2014년 설립한 럭스로보는 코딩 교육 모듈 로봇 제품 ‘MODI(모디)’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며 지난해 미국 타임지로부터 세계 최고의 애드테크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코딩 교육에 필요한 플랫폼인 ‘모디’는 탈부착이 가능한 자석 커넥터를 가진 모듈형 하드웨어 블록으로 구성돼 있다. 아이들을 비롯한 교육 대상자가 직접 입력-출력-셋업으로 구성돼 있는 3개 파트의 모듈을 조립하고 프로그램을 통해 코딩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럭스로보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운용체계 ‘모디OS’를 포함해 전세계 50여개국에 수출, 판매되고 있다. (영상=럭스로보 유튜브)
코딩 교육에 필요한 플랫폼인 ‘모디’는 탈부착이 가능한 자석 커넥터를 가진 모듈형 하드웨어 블록으로 구성돼 있다. 아이들을 비롯한 교육 대상자가 직접 입력-출력-셋업으로 구성돼 있는 3개 파트의 모듈을 조립하고 프로그램을 통해 코딩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럭스로보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운용체계 ‘모디OS’를 포함해 전세계 50여개국에 수출, 판매되고 있다.

이 외에도 럭스로보는 애듀테크 영역을 넘어 다양한 IT 기기를 마이크로 컨트롤러(MCU) OS로 쉽게 연결해 사물인터넷(IoT)을 구축할 수 있게 하는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럭스로보의 MCU는 전자제품의 두뇌 역할을 하며 IoT 개발 기간을 기존 대비 10배 정도 줄여주는 성능을 자랑한다. 이는 단순히 전자제품을 넘어 로봇,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등 각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럭스로보의 또 다른 성장 동력으로 주목 받고 있다.

그렇게 럭스로보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고, 지속적인 스케일업과 함께 내년 8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럭스로보 역시도 작은 공간에서 책상 몇 개로 시작한 처음이 있었다. 밤낮 없이 개발에 몰두하던 시간, 납품 기간까지 밤새워 오류를 잡아 내야 했던 시간도 있었다. 테크42는 최근 진행된 팁스 밋업 2025 키노트 연사로 나온 오상훈 럭스로보 대표를 통해 성공을 위해 보내야 했던 그들의 지난 이야기를 들어봤다.

로봇을 좋아하던 학생, 창업에 도전하다

오상훈 럭스로보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로봇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에서도 로봇학과 입학했다. 학부 연구생으로 활동하던 그의 재능을 알아본 지도 교수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과제를 던지며 성과를 맛보게 했다고.

“학부 연구생 시절에 교수님이 본인은 석사 1년차 때 만드셨다는 드론을 만들어보라고 하시더군요. 진짜 힘들게 만들어서 결국 100억자리 연구과제를 수주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죠. 그 다음 과제는 휴머노이드였어요. 대학 3학년 무렵 후배들과 만든 휴머노이드로 세계 대회에서 3등을 하기도 했죠. 그러다보니 학부생 시절 이미 웬만한 석박사보다 로봇을 잘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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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졸업 무렵 그는 유학을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 하고 싶은 것은 로봇을 만드는 일이었다. 진지하게 창업을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그렇게 집에서 로봇을 만들었고, 어느 순간 그의 방은 작은 로봇 연구소가 됐다. 납땜 연기가 자욱한 방에서 폐인처럼 로봇 개발에만 매달렸던 그는 자신을 보는 어머니의 표정이 점점 안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비로소 제대로 된 창업 공간을 마련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며 근처 창업센터를 찾았다고. 오 대표는 “그곳에서 인생의 행로를 ‘창업’으로 확정하는 깨달음을 얻었다”며 말을 이어갔다.

“창업 센터이 기타 동아리에 가입을 했는데 제 인생을 바꾼 두 사람을 만나게 됐어요. 한 분은 고대에서 경영대 교수를 하셨던 분인데 1년만에 박차고 나와 창업을 한 박사님이셨어요. ‘왜 교수 직을 버리고 나오셨냐’고 물어보니 ‘교수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하시더군요. 다른 한분은 삼성전자에서 바이오 엔지니어 출신으로 꽃꽂이를 하시는 분이었는데, 수입은 엔지니어 당시보다 훨씬 적어도 꽃꽂이 할 때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고 하시더군요. 일반적인 세상의 시각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길을 가고 있는 듯하지만 두 분 모두 굉장히 행복해보였어요. 그 이유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죠. 그러면서 저도 로봇을 개발해 팔아보자는 목표를 가지게 됐어요.”

자발적인 크런치 모드 불사, 막막했던 합숙 시절

럭스로보의 스토리는 그렇게 본격화됐다. 결심을 굳힌 오 대표는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창업 자금을 마련하고 가장 최고라고 생각하는 엔지니어 선배를 설득해 창업 멤버로 영입했다. 디자이너 역시 주변 인맥을 수소문해 레드닷 수상 경력의 인재를 영입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들 모두에게 연봉 120만원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 모두 “2~3년 안에 성과를 낼 테니 함께해달라”는 오 대표의 진심만을 믿고 수락했다는 것이다.

“엔지니어 선배는 주말마다 따라다니면서 같이 하자고 꼬셨죠(웃음). 또 디자이너이신 삼촌을 통해 수소문 끝에 건너건너 인연이 된 분을 영입했어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니 본인이 만든 디자인ㅇ르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쓰면 좋겠다더군요. 제가 2~3년 안에 그렇게 되도록 하겠다고 하면서 일단 저랑 같이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렇게 함께 한 분들이 11년째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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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년 후 첫 프로토 타입의 로봇이 개발됐지만 오 대표는 새로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저런 로봇을 개발하고 제작하는 과정에서 문득 스팩만 바꾸면 그에 맞춰 자동으로 로봇을 세팅하는 모듈형 디바이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 생각은 그렇게 구체화되며 럭스로보 성공의 마중물이 됐다. 당시를 떠올리던 오 대표는 “나이 탓에 투자를 받기 쉽지 않았다”며 처음 경험한 고정관념의 벽을 이야기했다.

“모듈형 로봇을 만들 결심을 하고 개발 계획을 세우니 재료비만 3억원 정도가 들 거 같더군요. 결국 투자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당시 우리나라에 있는 초기 투자사는 모두 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심사역 분들이 대 부분은 같은 질문을 하시며 거절하시더군요. ‘나이가 몇 살이냐’ ‘군대는 다녀왔냐’ ‘사회생활은 해봤냐’는 질문이었죠. 전 스물 두살에 미필이고 사회 경험은 못한 상태였으니 모든 답이 ‘아니오’였죠. 제 사업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으시더군요,.”

한국에서 투자를 받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은 오 대표는 미국과 영국, 중국에서 IR을 시도했고 결국 샤오미, 텐센트 등에 투자한 중국계 투자사의 관심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무렵 공교롭게도 IR을 진행했던 국내 투자사에서도 투자 제안이 들어왔다고. 훨씬 적은 금액이었지만, 오 대표의 선택은 국내 투자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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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첫 물꼬를 튼 투자 이후 다시 다른 투자사가 연결되기 시작하며 오 대표는 총 8억원의 초기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로봇 개발과 함께 자발적인 크런치 모드에 돌입했다.

“그렇게 모은 투자금으로 우선 멤버들의 월급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맞춰줬어요. 128만원 정도였는데, 다들 연봉 120%가 올랐다고 좋아하더군요(웃음). 그리고 세 가지 변화를 시도했어요. 첫 번째는 벽에 걸려 있던 시계를 떼고 사업자등록증을 걸었죠. 또 창에는 암막커튼을 쳤어요. 마지막으로 회사에서 1분 거리에 도미토리 형태의 숙소를 마련했어요. 이제부터 우리는 시간이 가는 걸 알 필요도 없고 함께 먹고 자면서 북한이 쳐들어와도 개발만 한다고 선언했죠. 그러다 보니 함께한 친구들에게서 ‘다른 동기들은 유명 대기업에 들어가 엄청난 연봉을 받고 있는데 우린 뭐냐’는 등의 신세 한탄이 나오더군요. 그때 마다 회식을 해서 양껏 먹이면서 달래고는 우리 1년만 더 해보자고 설득했죠(웃음).”

런던에서 ‘이상한 세일즈’로 입소문, 첫 수출에 이어 창업 3년 만에 구글 인수 제안까지

그렇듯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럭스로보 팀은 모듈형 로봇의 프로토 타입이 완성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막상 개발은 했지만, 판로가 없었던 것이다. 모두가 엔지니어들이라 경영이나 영업에 대해 아는 멤버가 없던 상황이었다. 오 대표는 직접 부딪혀 가며 상황을 바꿔 나갔다.

“구글 검색을 하면서 코딩 교육이나 로봇 교육과 관련된 정보를 찾았어요. 그렇다가 영국에서 코딩 교육이 의무화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무작정 ‘영국에 팔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영국에 있는 학교 교재 유통사들 30곳 정도에 콜드메일을 보냈어요. 처음에 한 3곳 정도에서 연락이 와서 일단 영국을 갔죠. 그리고 호텔을 잡은 후 제 이메일에 답장이 오지 않은 27곳에 모두 전화를 걸었어요. ‘한국에서 이메일을 보낸 럭스로보의 오상훈인데 당신들이 답장을 안 줘서 일단 오라는 뜻인 줄 알고 영국에 왔다, 언제 가면 되냐’고 물어보니 그 중 5곳에서 오라고 하더군요(웃음).”

하지만 오 대표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또 다른 방법을 찾던 중 처음 한국 정부에서 지원하는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다시 무작정 영국 코트라 사무실을 찾아갔다고. 상황을 설명 들은 코트라 직원들은 ‘고객사 미팅에 동행해 달라’는 오 대표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다시 답을 주지 않은 나머지 유통사에 전화를 했어요. 한국 정부 기관 분들과 함께 가겠다고 하니 그제야 반응을 보이더군요. 그렇게 총 16개 기업을 만나게 됐습니다. 그때 각각의 기업을 만나 제품을 소개하고 시장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제대로 알 수 있었죠. 그렇게 다니다 보니 런던에서 제 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자기 제품이 최고라고 하는 사람이 창문으로 리플렛을 던지고 도망간다는 소문이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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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 대표의 그런 노력은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교재 유통사의 관심을 얻는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코트라를 통해 연락을 해 온 그 회사는 급기야 오 대표를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방문하기도 했다고. 이후에도 오 대표는 몇 번의 우여곡절을 거쳐 납품 계약과 양산을 위한 대출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럭스로보의 ‘아찔했던 순간’은 끝나지 않았다고.

“처음 영국에 납품이 결정됐고 16만개의 제품을 생산했어요. 문제는 바로 다음주 납품을 해야 하는 시점에서 중대한 버그가 발생했다는 거였어요. 도저히 제때 납품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고객사에 전화해 이틀 뒤 현지 미팅을 잡았어요. 미팅에서 마지막에 16개 정도의 버그가 나왔는데 다음주까지는 도저히 납품할 수 없다고 얘기해야 했어요. 진짜 열심히 했는데 너무 답답해서 눈물이 다 났죠. 다행히 고객사 분들이 다독여 주시면서 ‘판매 계획이 3월이니 그 안에 무조건 보내줄 수 있다고 하면 기다리겠다’고 하시더군요. 바로 한국으로 돌아와 멤버들과 함께 16만개의 모듈을 모두 하나 하나 풀고 재조립해 영국으로 보냈어요.”

어렵사리 첫 수출에 성공한 이후 럭스로보의 제품은 영국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오 대표는 영국 왕실에서 제품을 활용한 교육을 주제로 강의에 나서기도 했고,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1시 재임 시절 그 막내 아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 사이 럭스로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남미의 볼리비아 등 5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며 급성장을 거듭했다. 급기야 럭스로보는 지난 2017년에는 구글로부터 인수 제안까지 받으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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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럭스로보는 첫 제품인 모듈형 로봇에 이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IoT를 자동 설계해주는 AI MCU OS 사업을 키워가며 2000억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미 럭스로보의 MCU는 스마트홈에 적용 연간 1만4000대의 제품이 아파트의 월패드와 엘리베이터 등에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자율주행 자동차에도 적용되며 골프장에 보급된 자율주행 카트에도 장착됐다. 발표 말미 오 대표는 “럭스로보의 개발자 툴을 가지고 누구나 로봇을 만드는 세상이 되도록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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