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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못 만든 첫 조기경보기 공개한 북한…제 구실은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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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5~26일 무인항공기술연합체와 탐지전자전연구집단의 국방과학연구사업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7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이 처음으로 공개한 공중조기경보통제기로 보이는 항공기.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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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신형 무인전략정찰기의 성능 시험과 자폭공격형 무인기들의 타격 시험을 참관했다고 지난 27일 보도하며, 공중조기경보기 실물을 처음 공개했다. 이날 노동신문에는 김 총비서 등 간부들이 조기경보기에 탑승하는 모습, 조기경보기 내부에서 지시를 내리기 장면, 조기경보기가 비행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지난 2023년 10월 북한이 고려항공 화물기 일류신(IL)-76을 공중 조기경보통제기(조기경보기)로 개조하는 움직임이 미국 상업위성사진에 찍혀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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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기경보기는 러시아제 IL-76에 레이돔을 올린 형상이다. 레이돔은 레이더와 돔의 합성어로, 항공기 외부에 부착한 레이더 안테나의 방수·방진용 덮개를 뜻한다. 옛 소련은 1970년대 IL-76을 개조해서 에이(A)-50 조기경보기를 만들었다.



조기경보기는 공중 지휘통제 체계를 탑재해 조기 경보, 항공기 통제, 전장 관리 임무를 수행하는 항공기다. 하늘에 떠 있으면서 위협이 될 이상징후를 발견하면, 이에 대응할 전투기를 지휘하는 ‘하늘의 지휘소’, ‘하늘의 방공통제소’다. 지구는 둥글고 전파가 직진하기 때문에 지상 배치 레이더는 목표가 멀어질수록 탐지하기 어렵지만, 비행기에 레이더를 달아 아래로 레이더 전파를 쏘면 막히는 곳이 없어 넓은 지역을 탐색할 수 있다. 특히 산악지대가 많아 지상 레이더 전파가 닿는데 한계가 있는 한반도 지형에서는 공중 조기경보기가 더욱 유용하다.



조기경보기를 개발한 나라는 미국, 중국, 러시아, 스웨덴, 이스라엘, 브라질 등 두 손으로 꼽을 정도다. 한국은 2011~2012년 조기경보기 이(E)-737 ‘피스 아이’(평화를 지키는 눈) 4대를 미국 보잉사에서 사 왔다. 국내 개발을 하기엔 첨단기술이 필요하고 비싸기 때문이다. 보잉은 외국에 조기경보기를 팔 때 한 대에 1조원 안팎까지 요구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5·26일 새로 개발·생산하고 있는 무인항공기술연합체와 탐지전자전연구집단의 국방과학연구사업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7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이 처음으로 공개한 공중조기경보통제기로 보이는 항공기를 김 위원장이 바라보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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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한국보다 먼저 조기경보기를 만들었다지만, 군 당국의 평가는 박하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지난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개조된 북한 조기경보기는 굉장히 둔중하고 요격에도 취약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경보기는 체공 시간이 관건이다. 오래 떠 있을수록 빈틈없이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경보기는 임무 비행 중인 항공기, 비상시를 대비한 예비 항공기, 정비 중인 항공기를 포함해 최소한 세 대가 있어야 한다. 북한처럼 한 대만 있으면 하루 7~8시간만 임무 수행이 가능해 감시 공백이 생기고, 정비할 틈도 없이 계속 비행하면 금방 고장나기 쉽다.



한국은 피스 아이 4대 가운데 2대가 교대로 임무를 수행하고, 1대는 예비기, 1대는 교대 정비를 한다. 피스 아이 1대의 체공시간이 8시간가량이라, 2대가 교대로 비행하면 하루 16시간 공중 감시가 가능하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023년 5월 조기경보기 4대를 3조900억원을 들여 2031년까지 도입하는 항공통제기 2차 사업 구매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공중 위협에 대비해 24시간 공중 감시 능력을 갖추려면 조기경보기 4대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기경보기 8대를 갖춰야 한반도 상공을 24시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는데, 북한 경제 형편을 감안하면 불가능하다.



한국 공군 조기경보통제기인 이(E)-737 피스아이가 비행하고 있다. 조기경보통제기는 공중 목표를 탐지, 분석하고 아군의 항공관제 및 지휘를 수행하여 다양한 위협에 효과적 대응이 가능하다. 공군본부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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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에서 조기경보기를 활용하려면 아군 전투기들과의 연계 시스템이 필요하다. 조기경보기가 적을 발견해도 이를 아군 전투기에 바로 알리지 못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조기경보기가 적 전투기의 움직임을 포착해 자국 전투기에 격추하라고 알려주는 시스템이 ‘데이터 링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탄핵심판 최종의견 진술에서 “거대 야당은 핵심 국방예산을 삭감해 우리 군을 무력화하고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여야 합의로 감액한 전술 데이터 링크 시스템 성능 개량 사업 예산 삭감 등 5개 사업을 사례로 잘못 들었다. 피스 아이가 수집한 정보들을 데이터 링크 기능을 통해 공군의 중앙방공통제소(MCRC), 에프(F)-15케이(K) 전투기, 해군의 이지스구축함, 주한미군 등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북한에 데이터 링크 기술이 있는지 불확실한데다, 북한 전투기 중 가장 최신 기종인 미그-29는 1980년대 후반에 도입된 기체여서 조기경보기와 데이터 링크가 불가능하다. 북한이 조기경보기를 만들더라도 이를 전투기와 연계시켜 실제 작전을 벌이기가 힘들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과 밀착한 러시아가 데이터 링크 기술을 북한에 넘겨주고 북한 전투기 성능 개량을 도울 가능성은 있다.



북한이 지난 27일 조기경보기 사진을 공개하자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둔중하고 요격에 취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전투기가 대부분 낡아서 최신 전투기로 무장한 한국과 미국 공군에 맞서 유사시 조기경보기를 엄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 1월1일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이 탑승한 공군 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E-737·왼쪽)가 에프(F)-15케이(K)와 케이에프(KF)-16 전투기들의 엄호를 받으며 서해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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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경보기는 아군 전투기 편대의 호위를 받으면서 후방에서 적진을 감시해야 하는데, 북한 공군 전투기들은 너무 낡아 조기경보기를 엄호할 역량이 부족하다. 군 당국이 “북한 조기경보기가 요격에 취약하다”고 평가한 이유다. 한국은 피스 아이가 비행할 때 에프(F)-15케이(K)와 케이에프(KF)-16 전투기 편대가 옆에서 엄호 비행을 한다.



북한은 1990년대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옛 소련과의 우호 관계가 끝나면서 미그-29를 끝으로 신형 전투기 도입이 중단됐다. 북한 공군은 미그-29 30여대를 빼면 미그-21, 미그-19 등 노후 전투기가 대부분이다. 미그-19·21은 1950년대 개발된 전투기로 21세기 항공전을 수행하기엔 너무 낡았다. 미그-19는 제3세계 저개발국가에서도 도태시켰고, 미그-21은 한국 공군이 거의 퇴역시킨 에프(F)-5이에프(E/F)와 같은 등급의 노후 기종이다. 북한 공군은 케이에프(KF)-16, 에프(F)-15케이(K), 에프(F)-35에이(A) 등을 갖춘 한국 공군의 상대가 안 된다. 군 당국은 “만약 전쟁이 벌어지면 몇 시간 안에 한반도 하늘에서 북한 공군은 사라진다”고 말한다.



북한은 러시아의 도움으로 조기경보기에 데이터 링크 시스템을 갖추더라도 한국 공군 전투기를 격추할 전투기가 없다. 북한이 어렵게 만든 조기경보기는 한국 공군 주력기인 케이에프(KF)-16 전투기 정도 상대할 만한 전투기를 확보했을 때 군사적 의미가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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