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혜수씨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던 ‘발란’의 지난 2022년 유튜브 광고. |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이 대금 정산을 연달아 미루면서 판매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300개가 넘는 입점사를 보유한 발란이 유동성 위기로 치달을 경우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28일 입점사들에 보낸 공지에서 “최근 정산 지연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이번 주 안에 실행안을 확정하고 다음 주에는 여러분(판매자)을 직접 찾아뵙고 그간의 경위와 향후 계획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해 드릴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플랫폼이 무너지면 단지 발란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온라인 명품 시장 전체의 신뢰까지 흔들릴 수 있다”며 “외부의 추측성 정보는 불필요한 불안만 키울 뿐 아니라 실질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발란은 지난 24일 일부 입점사에 정산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미정산’ 우려를 낳았다. 당시 발란은 정산금이 과다 지급되는 오류가 발견됐다며, 28일까지 입점사별 정산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도 구체적인 정산액과 일정을 밝히지 못하면서 판매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발란의 월평균 거래액은 300억원 안팎, 파트너사는 13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급성장한 온라인 명품 플랫폼 중 하나인 발란은 엔데믹과 함께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여건이 악화했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2023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발란의 자본총계는 -77억3000만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2015년 출범 이후 한해도 흑자를 내지 못한 발란은 2023년에도 9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외부감사인인 삼도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자금 압박에 몰린 발란은 지난달 한때 3000억원으로 평가됐던 기업가치를 10분의 1가량 낮춰 화장품 유통회사인 실리콘투로부터 15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75억원을 선지급 받되, 11월까지 직매입 매출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늘리고, 매월 영업흑자를 낼 경우 나머지 75억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투자 한달 만에 정산이 지연되면서 ‘긴급수혈’도 무용한 상황이 아녔느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판매자 700여명이 모인 오픈 채팅방에는 이날 최 대표의 공지 뒤 “금요일에는 해결될 것처럼 하더니 티메프 사태와 똑같다” “억대 돈이 물렸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와 함께 발란과 더는 거래하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상황이 유동성 위기로 치달을 경우, 최근 수익성이 악화한 온라인 명품시장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업계 우려도 크다. 한 온라인 명품 플랫폼 관계자는 “발란처럼 큰 플랫폼의 정산이 어려워질 경우, 판매자들이 줄도산하면서 제품이 헐값에 팔리고 가품들이 섞여나오면 시장 자체가 혼탁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안 그래도 힘든 온라인 명품 시장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릴 일이라 남의 일처럼 보고 있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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