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4 역대 8위 흥행작…'신은 없다'는 맹목적 믿음 연기한 휴 그랜트 인상적
영화 '헤레틱' 속 한 장면 |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미국의 한적한 마을에 사는 반스(소피 대처 분)와 팩스턴(클로이 이스트)은 젊은 여성 선교사다.
교회에서 자란 이들은 종교 전도를 숙명으로 여긴다. 매일 낯선 집을 방문하면서도 겁먹기는커녕 어떻게 하면 한 명이라도 더 천국으로 데려갈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어느 날, 둘은 노신사 리드(휴 그랜트)를 찾는다. 깔끔한 옷차림에 영국식 억양을 쓰는 그는 점잖은 이웃집 할아버지 같다.
반스와 팩스턴은 아내가 파이를 굽고 있다는 리드의 친절한 말에 안심하고서 집 안으로 들어선다. 그날 밤 자기들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채다.
영화 '헤레틱' 속 한 장면 |
비 내리는 날 외딴집이라는 배경과 젊은 여자·늙은 남자 간 대결 구도 때문에 언뜻 그간 많이 봐온 사이코패스의 살인 스토리를 예상할 수 있지만 '헤레틱'은 평범한 스릴러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처음엔 그의 말을 흥미롭게 듣던 반스와 팩스턴은 이상 기운을 감지하고 반박에 나선다. 나름의 논리를 앞세운 이들은 리드와 날카로운 설전을 벌인다. 리드는 현관문을 걸어 잠그고 계속해서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두 선교사는 탈출을 시도하지만, 그럴수록 집의 더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다. 밀실이나 다름없는 장소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으로 숨은 더욱 조여온다. 마치 잘 만들어진 '방 탈출 게임'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예상하기 쉬운 방향으로 스토리가 흘러간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 '헤레틱' 속 한 장면 |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휴 그랜트의 연기 변신이다.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등 멜로·로맨틱 코미디물에서 봐온 잘생긴 바람둥이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고 맹목적인 믿음에 휩싸인 노인으로 변신했다. 신을 섬기는 두 여자보다 신을 믿지 않는 리드가 더 광신도처럼 보이는 것은 그랜트의 연기 덕분이다.
다음 달 2일 개봉. 111분.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헤레틱' 속 한 장면 |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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