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가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 17차’ 참석자들로 붐비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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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기다릴 수도, 머뭇거릴 수도, 어떤 묘수도 없습니다. 국회 앞, 남태령, 한남동, 광화문에서의 투쟁에 이어 마지막 고지는 헌재 앞입니다.”(김재하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공동의장)
29일 저녁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 대행진’(범시민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서울 도심을 한 바퀴 돌아 헌법재판소 주변인 현대빌딩 앞에 멈춰선 채 외쳤다. “내란을 끝내자 파면이 답이다!” 그간 윤 대통령 지지자와의 충돌 우려, 재판관들에 대한 존중을 이유로 가급적 헌재 앞을 향하지 않았던 시민들이, 헌재를 바라보며 보다 직접적인 외침을 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헌재에 접수된 지 106일째 되는 29일 오후, 범시민 대행진 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는 더는 버티기 어려운 불안을 토로하며, 대답 없는 헌재를 향해 규탄의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29일 저녁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 17차’에 참석한 시민들이 헌법재판소 주변 현대빌딩 앞에서 헌재를 향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재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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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 만들어 온 깃발과 손팻말에도 헌재의 조속한 선고를 요청하는 호소가 가득했다. 한 시민은 가슴이 뻥 뚫린 사람을 그린 뒤 ‘도대체 언제까지…’를 적어 넣은 손팻말을 들고 왔고, 귀여운 캐릭터에 ‘참을 만큼 참았다’를 적은 손팻말도 눈에 띄었다. 헌재의 선고 지연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도대체 왜’가 적힌 깃발도 거센 바람 속에 흔들렸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늦어지면 왜 늦어지는지 이유라도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 헌법수호를 위해 태어난 헌법재판소가 헌법 파괴자 윤석열을 단죄하라는 국민 명령 따르지 않는 사이 나라가 시시각각 무너지고 있다”며 8명 헌법재판관 이름을 시민과 함께 호명했다.
시민들은 늦어지는 헌재 선고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극단적인 위협과 정치적 고려 때문은 아닌지 우려했다. 교육노동자로 자신을 소개한 김부미씨는 무대에 올라 “부디 내란수괴와 동조자들의 새빨간 거짓말을 듣지 마시고 대한민국의 미래 세대들만 생각해달라”며 울먹였다. 인천에서 온 최유정(33)씨도 “민주 시민으로서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평화롭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저쪽(윤석열 대통령 지지자)에서 위협하고 겁을 준다고 그 말만 듣는 게 아닌가 싶어 억울하고 답답하다”며 “국민들이 다 지켜본 명백한 사안에 대해 이렇게까지 결말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면 헌재도 내란에 동조하는 거로 느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가수 정태춘씨는 “대한민국은 지금 야만의 벽 앞에 서 있다. 선동과 맹신의 광기, 무지몽매와 파시스트의 벽이다. 긴 겨울을 끝내라. 저 야만의 벽을 깨라”고 헌재를 향해 호소했다.
29일 오후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 대행진’에 참여한 한 시민이 만들어 온 손팻말. 임재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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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광장에는 아이 손을 잡고 온 시민도 여럿 눈에 띄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8살 딸아이 엄마’라고 적은 손팻말을 만들어 나온 정태미(45)씨는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아이가 사는 미래가 밝았으면 좋겠는데 힘든 상황만 보여주는 게 너무 속이 상한다”며 “(윤 대통령 탄핵으로)아이에게 밝은 미래 만들어주는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딸 황은설(13)양과 광장에 나온 에어컨 세척 기사 황호성(59)씨도 “나라가 멈춰있어서 먹고 사는 문제부터 너무 힘들다”면서도 “이 추운 날씨에 윤석열 파면을 위해서 사람들이 노력했다는 것, 그 속에 나도 있었다는 걸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렇게 힘들게 지켜내는 나라인 만큼 미래세대가 더 잘 지켜달란 얘기를 딸한테 해주고 싶다”고 했다. 노유근씨는 무대 위에서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함께 온 사연을 전하며 “부모님들과 함께하는 아이들에게 희망과 환영의 박수를 부탁한다”고 외쳤다. 시민들의 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 17차’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29일 오후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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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행동은 내주 헌재 주변에서 철야농성, 시민 행진을 벌이는 ‘헌재 포위’ 행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승훈 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내란 동조 세력이 어떤 악마의 언어로 민주주의 위협하든, 눈이 가려진 정의의 여신 디케처럼 오로지 법과 원칙과 양심에 따라 정의 실현해야 할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된 지 100일 훌쩍 넘었음에도 여전히 선고 일자 지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지혜롭고 용감한 시민 곁에서 역량을 집중해왔던 비상행동은 이제 헌법재판소로 향하려 한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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