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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향기도 과하면 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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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연구원, 식물 추출물 '시트로넬롤' 분석
제브라피쉬·쥐·뇌오가노이드·조직칩 등 활용
신경염증·혈액-뇌 장벽 손상 가능성 확인


화학연구원 김성순 박사가 향료 성분에 노출된 제브라피쉬들의 뇌 조직을 추출해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를 측정하는 장비에 넣고있다. 화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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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꽃에서 추출한 천연 향료를 과하게 사용해 체내에 흡수되면 뇌 신경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최초로 밝혀냈다. 식물 추출물인 '시트로넬롤'이 동물과 인간의 몸 속에 있는 특정물질을 독성물질로 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한국화학연구원 배명애 박사 연구팀은 고려대 박해철·김수현 교수팀과 함께 다양한 동물 실험을 통해 천연 향료가 고농도 노출 상황에서는 신경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30일 밝혔다.

시트로넬롤은 주로 장미 꽃잎에서 추출되는 에센셜 오일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천연 소재의 휘발성 모노테르페노이드 계열의 향료 성분으로 향수, 화장품, 방향제, 세척제 등 다양한 생활화학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장품 알레르기 유발성분 표시 규정에서 시트로넬롤을 알레르기 유발 가능 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EU처럼 일정 농도 이상 함유되면 제품에 표시하는데, 사용 후 씻어내는 클렌징 같은 제품에서는 0.01% 이상, 로션처럼 사용 후 씻어내지 않는 제품은 0.001% 이상 함유 시 표시하도록 규제 중이다.

이번 연구는 시트로넬롤 같은 향료가 알레르기 반응 외에, 과하게 노출될 경우 신경계에 부정적인 영향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연구진은 "다만 향료 제품의 적정 기준이나 현재 사용 기준의 개선 필요 여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아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간의 혈-뇌 장벽과 뇌 조직을 모방한 '생체 조직칩'에 향료 성분을 투입해 혈-뇌 장벽 통과 여부를 실험하고 있다. 화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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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이 연구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실험용 물고기 '제브라피쉬'와 쥐, 사람 유래 세포 기반의 뇌 오가노이드, 혈-뇌 장벽 생체 조직칩을 활용했다. 향기 성분이 생체 내로 흡수된 후 혈액-뇌 장벽을 통과해 뇌로 전달되는지 여부 및 그로 인한 뇌 세포의 손상 여부를 관찰했다.

그결과, 시트로넬롤이 혈액-뇌 장벽을 통과 후 뇌에 도달했으며, 활성산소종이 만들어졌고, 염증 물질이 증가했다. 연구진은 "두 현상 모두 과할 경우 신경·행동계 기능이 떨어질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면역 세포를 활발하게 만들어 신경 염증을 일으키고 혈액-뇌 장벽의 손상까지 일어났다.

또 동물과 인간의 신경계에 있는 물질 키뉴레닌의 변화도 일어났다. 키뉴레닌이 '키뉴레닌산'으로 바뀌면 뇌를 보호하지만, '3-하이드록시 키뉴레닌(3-HK)'으로 변하면 신경세포를 손상시킨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시트로넬롤이 키뉴레닌을 3-HK으로 만드는 것을 관찰했다. 특히 시트로넬롤 노출량이 증가한 물고기는 불안 반응이 커지고, 평소 빛을 향해 움직이던 정상적인 반응이 줄어드는 등 이상행동을 했다.
#화학연구원 #신경세포 #천연향료 #시트로넬롤 #키뉴레닌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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