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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이 전한 위로와 희망 향한 질주…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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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연주자 임윤찬 28일 개막 공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협연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도 공연 관람

28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공연에서 임윤찬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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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임윤찬에게 경남 통영시는 음악적 고향이다. 2019년 통영국제음악재단이 주관하는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최연소 우승으로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임윤찬의 음악 경력에서 떼어 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작곡가다. 2022년 미국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 우승 당시 결선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영상은 최근 1,700만 조회수를 넘어선 '임윤찬 입덕 영상'이다.

28일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공연에서 나선 '클래식계 슈퍼스타' 임윤찬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선택했다. 축제를 여는 완벽한 시작이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2002년 통영 출신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을 기리기 위해 시작됐다. 올해로 23회를 맞은 축제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지휘자 파비앵 가벨이 이끄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TFO)와 임윤찬의 협연으로 막을 올렸다.

28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공연에서 임윤찬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28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공연에서 임윤찬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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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곡인 TFO의 윤이상 '서곡' 연주 후 임윤찬은 지난해 여름 국내 리사이틀 때보다 머리가 많이 긴 모습으로 등장했다. 임윤찬은 수줍은 청년의 인간적 자아와 야성미 넘치는 연주자 자아의 차이가 유난히 큰 음악가. 이날도 예의 다소곳한 모습으로 등장해 첫 8마디 피아노 독주부터 강렬하게 시작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교향곡 1번 초연 실패 후 우울증에 빠졌던 라흐마니노프가 자신을 치료해 준 니콜라이 달 박사에게 헌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슬픔과 안온한 위로, 환희의 기쁨까지 담은 감성이 풍부한 곡이다. 이날 연주는 임윤찬의 다채로운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았다. 1악장 1주제는 오케스트라가 멜로디를 맡고 피아노가 반주 역할을 한다. 오케스트라의 장대한 선율을 뚫고 나온 임윤찬의 피아노는 존재감이 또렷했다.

서정성이 강한 2악장에선 플루트와 클라리넷의 주제 제시를 피아노가 반주로 받칠 때 임윤찬이 각 연주자들과 대화를 나누듯 눈을 마주치며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3악장에선 임윤찬 특유의 과감하면서 정확한 타건을 만끽할 수 있는 화려한 독주와 결말을 향해 맹렬히 질주하는 피날레 구간의 쾌감이 컸다. 앙코르곡은 리스트의 '순례의 해: 두 번째 해 이탈리아' 중 페트라르카 소네트 104번이었다.

28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공연을 마친 임윤찬이 지휘자 파비앵 가벨과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28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공연을 마친 임윤찬이 지휘자 파비앵 가벨과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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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 로비에서 관객들이 전광판에 등장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제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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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8일 오전 11시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지역 학생들을 위한 '스쿨 콘서트'를 열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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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악단 TFO의 '영웅의 생애' 호연

28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파비앵 가벨이 지휘하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을 연주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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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O는 2부에서 축제의 개막을 선포하듯 금관 악기 팡파르로 시작하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을 들려줬다. 축제 기간 '헤쳐 모여' 방식으로 운영되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연주자들의 합을 맞출 리허설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올해 TFO는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상주 악단인 베르비에 페스티벌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악단에 합류했다. 그렇게 꾸려진 TFO는 앙상블의 합이 빈틈이 없거나 유려한 음색을 자랑하는 단체는 아니었지만 폭발적 에너지를 선사하는 젊은 악단이었다. 이들의 역동성은 특히 축제 이틀째인 29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 연주에서 빛났다.

29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첼리스트 파블로 페란데스와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앙리 뒤티외의 '아득히 먼 나라...'를 연주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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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개별 연주회보다 열린 성격의 축제여서인지 각 공연 객석 분위기도 유연했다. 28일 개막 공연에 관객으로 참석한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는 연주자 못지않은 큰 환호를 받았다. 스페인 첼리스트 파블로 페란데스는 29일 TFO와 앙리 뒤티외의 '아득히 먼 나라…' 연주 후 관객에게 말을 건넸다. 그는 카탈루냐 민요 '새의 노래'를 첫 번째 앙코르곡으로 들려준 뒤 "객석에 있는 아내가 오늘 생일"이라며 '해피 버스데이 투 유'를 짤막하게 연주했다. 페란데스는 임윤찬과 함께 이번 축제의 상주 연주자다.

통영국제음악제는 개막 공연에 이어 30일 리사이틀 티켓 매진을 기록한 임윤찬의 스타성에 힘입어 티켓 수익이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축제는 세계 정상급 현악사중주단 에벤 콰르텟과 벨체아 콰르텟의 합동 공연(4월 1·2일), 성시연이 지휘하는 TFO의 브리튼 '전쟁 레퀴엠'(4월 6일) 연주 등 후반부 프로그램이 이어지며 4월 6일까지 계속된다.


통영=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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