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균(28·활동명)이 25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앞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 농성장에 서 있다. 오동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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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석달 넘게 지났는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선고는 기약이 없다. 그 사이 정치적 갈등은 극에 달했고 한국사회 전체가 ‘심리적 내전 상태’에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헌재의 신속한 결정을 촉구하는 탄핵 찬성·반대 집회 현장은 그 최전선이다.
광장균(28·활동명)은 지난 21일 오후 11시30분쯤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 ‘탄핵 찬성’ 집회장에서 뺑소니를 당했다. ‘윤석열 파면 촉구’를 외치며 수십일 째 철야 농성을 하던 중이었다. 성조기와 태극기를 단 차량이 그의 왼쪽 다리를 들이받은 뒤 도주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가해자 A씨를 도로교통법 위반(뺑소니) 혐의로 입건하고 ‘고의성’ 등을 확인하고 있다.
광장균이 겪은 ‘집회장의 수난’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지난 1월12일 대통령 관저가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집회에선 달리는 차에서 던진 날달걀에 맞았다. 지난달 21일엔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와 충돌해 전치 4주의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는 왜 이렇게 수난을 겪어야 했을까, 그런데도 계속 집회장을 지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 탄핵 찬성 농성장에서 광장균을 만났다.
광장균(28·활동명)이 25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촉구하는 철야 농성장에서 서 있다. 오동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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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균은 집회의 양상이 지난 1월15일 윤 대통령 체포영장 2차 집행을 앞두고 격렬해졌다고 기억했다. “정신머리 없는 것들이 대통령을 끌어내리려고 한다” 정도였던 발언이 어느 순간부터 “쳐 죽일 X, 빨갱이는 죽여도 돼” 같은 말로 바뀌었다고 했다. 말 뿐이 아니었다. “단순한 손가락질은 깃발과 경광봉을 사용한 폭력”으로 이어졌고 달걀 투척에 뺑소니 사건도 벌어졌다.
광장균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에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초등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학원에 갈 때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도우미 일을 했다. 건강 문제로 일을 그만두고 쉬고 있을 때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났다. 사실 그때까지도 거리에서 하는 시위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부끄러움에 참석했던 것이 ‘연대’로 이어졌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원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국가폭력의 피해자를 만나면서 ‘함께 한다’는 의미를 깨달았다. 그는 “그분이 수도원에서 숨어서 울고 있었는데, 왜 울고 계시냐고 물었더니 ‘숨이 막히고 손이 떨릴 정도로 너무 무섭다’고 했다”며 “조금 쉬시라고 했는데도 ‘미안해서 못 그러겠다’고 해서 함께 껴안고 울었는데 그때 힘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충돌이 생기면 무섭지만, 그래도 함께 하면 사람이 있으면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부터 도움의 목소리가 들리면 늘 현장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STOP THE STEAL’라고 붙은 배지를 단 중년 여성(오른쪽)이 탄핵 찬성 농성장을 지나자 광장균(28·활동명)이 목발을 짚은 채 경계하고 있다. 오동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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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후로 충돌 현장의 최전선에 나서게 됐다. 인터뷰를 하던 지난 25일에도 윤 대통령 지지자가 탄핵 촉구 농성장에 찾아와 욕설과 조롱을 퍼부었다. 광장균은 인터뷰 도중 두어 차례나 뛰어 나갔다. 그가 “여기에 오지 말고, 당신들 농성장에 가라”고 소리를 쳤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탄핵 촉구 농성장 주변 사진을 찍은 뒤 물러났다.
광장균은 시위에 앞장서는 이유로 “더 큰 충돌을 막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저 앞(농성장)에 와서 엉덩이춤을 추고 욕을 하면 누군가는 진짜 주먹 다툼이라도 벌이려고 한다”며 “그럴 때는 무서워도 이 악물고 앞서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저는 무서워서 몸은 들이대더라도 다리는 항상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거든요. 그러면 큰 충돌은 안 나잖아요.”
☞ 상대 진영 악마화…거리는 내전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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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탄핵 찬성 여성 폭행한 20대 남성 송치···“아픈 척·자해공갈” 조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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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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