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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수)

트럼프 예산·인력 삭감 탓…미얀마 지진 구호 현장서 미국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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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각) 미얀마 만달레이시의 한 무너진 빌라에서 미얀마와 중국 구조대원들이 생존자 구조에 나서고 있다. 만달레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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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한 미얀마 지원에 나선 국가 중 미국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 인도가 응급팀과 물자 지원에 서두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제 구호 활동을 지휘해 온 국제개발처(USAID)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과 인력 삭감 영향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국제개발처 직원들이 4월 2일까지도 지진 현장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을 인용해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얀마 양곤 주재 미국 대사관이 워싱턴 국제개발처 본부에 연락해 지원 필요성을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팀 마이스버거 국제개발처 부국장보와 연방정부 관계자들의 통화 내용을 알고 있는 한 내부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에 “과거와 같은 역할을 기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부재는 중국과 러시아가 긴급 수색대를 파견하고 이미 30일부터 현장에서 수색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은 이미 1400만 달러 지원을 약속했고, 126명의 구조대원과 6마리의 수색견, 의료 키트와 드론, 지진 감지기 등을 보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타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인근 국가에서도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 공식 지원은 미얀마 주재 미국 대사관이 미얀마 인도주의 단체를 통해 최대 200만 달러의 지원을 제공한다고 발표하는 데 그쳤다.



2022년부터 올해초까지 국제개발처 아시아지부 부국장이었던 마이클 쉬퍼는 “국제지원은 외교 정책에 도움이 된다. 미국은 현장에 없고 중국이 나타난다면 이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 국제개발처는 2023년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지원팀이 현장 수습을 돕는 등 보통 24시간 이내 세계 재난 현장으로 출발해왔다. 지난해 기준 국제개발처의 미얀마에 대한 연간 지원은 약 3억2천만 달러(4703억원)였고, 이 중 1억7천만 달러(2500억원)는 인도주의 활동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수색대와 구조견, 중장비를 재난 지역으로 운송하는 특수 수송 관련 계약이 삭감되어 지원이 불가능 한것으로 보인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진 발생 당일인 28일 미국 국제개발처의 모든 남은 일자리를 거의 다 줄이고 해당 기관을 폐쇄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제러미 르윈 국제개발처 고위 관계자는 직원 대부분을 해고하고 남아있는 프로그램들을 국무부 산하로 이전한다고 직원들과 의회에 이날 통보했다. 마지막 이메일 제목은 ‘국제개발처의 마지막 사명’이었다. 1만명이던 직원들은 15명 가량으로 줄인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미국이 미얀마의 지진 발생 이후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킬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로이터 통신과 에이피(AP) 통신도 지적했다. 미얀마 양곤과 타이 방콕에서 인도주의 지원 고문으로 일할 예정인 직원들도 해고되었다.



미국 국제개발처 직원들이 2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디시에 있는 국제개발처 직원들이 퇴근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직원 해고, 예산 삭감 등의 절차를 사실상 이 기관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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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 브루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삭감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고 에이피는 보도했다. 그러나 사라 찰스 전 국제개발처 고위 관리는 “현재 시스템이 엉망진창”이라며 “생명을 구할 인력이나 자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28일 낮 미얀마 만델레이 인근 지진 발생으로 31일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만 2000명 이상이고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얀마 군부를 이끄는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은 군부의 인권 침해에 제재를 가해 온 서방을 배척해왔다. 그러나 이번 지진 발생 직후 외부에 재난 구호 지원을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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