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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기존의 그 어떤 해석과도 달랐다. 평범한 해석을 거부하며 닳도록 연주돼온 작품에 자신만의 인장을 찍어온 임윤찬은 바흐 인생 말년의 걸작을 격정적인 드라마로 바꿔놓았다.
지난 30일 오후 7시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은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리사이틀을 보러온 관객 1300여명으로 가득 찼다. 이날 리사이틀은 3월28일 개막해 4월6일까지 이어지는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의 여러 프로그램들 중에서도 단연 주목받은 공연이다. 이 공연 티켓은 지난해 11월 예매가 시작된 지 58초 만에 매진됐다.
환호 속에 무대에 등장한 임윤찬은 먼저 2006년생 작곡가 이하느리의 신작 ‘…라운드 앤드 벨버티-스무드 블렌드…’(…Round and velvety-smooth blend…)를 연주한 뒤 이날의 메인 프로그램인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를 시작했다.
그동안 임윤찬의 드높은 인기는 쇼팽,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등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작품에 대한 개성적 해석 위에 구축됐다. 이 때문에 낭만주의의 대척점에 서 있는 바로크 음악 대가 바흐의 작품에서도 그가 설득력 있는 연주를 들려줄 수 있느냐에 이목이 집중됐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약 70~80분 동안 휴식 없이 이어지는 데다 활기찬 분위기의 장조로 된 변주곡들이 대부분이어서 단조로운 느낌을 주기 쉬운데, 임윤찬은 압도적인 기교와 예측불허의 전개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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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수많은 연주와 녹음이 이뤄진 이 곡에서 기교만으로 새로움을 주기는 어렵다. 이날 임윤찬은 이 곡에 숨어 있는 어두운 정서를 바닥까지 파헤치기로 작심한 듯했다. 이 곡의 정서적 전환점인 13번 변주곡과 곡 전체에서 단 세 개뿐인 단조 변주곡인 15번, 21번, 25번이 그 대상이다. 임윤찬은 이 네 개의 변주곡에 기존의 바흐 연주에서 보기 힘든 격정과 낭만을 불어넣어 거대한 드라마를 구축했다. 임윤찬은 대부분 연주자들이 서정적으로 연주하는 13번 변주곡에 비극의 기운을 불어넣었고, 바흐가 ‘안단테’(걷는 듯한 빠르기)라고 지시한 15번은 매우 느리고 비통하게 연주했다. 이 곡에서 가장 어두운 정서를 담고 있는 25번 변주가 나오기도 전에 감정을 모두 쏟아붓는 듯했는데, 25번에서는 더 짙은 절망을 쏟아냈다. 뒤이어 이어진 장조 변주곡들에서 임윤찬은 놀라운 힘과 기교를 선보였다. 특히 시종일관 강력한 힘으로 쳐나간 29번 변주곡 연주는 압권이었다.
임윤찬은 마지막 아리아에서 반복구를 생략해 인상적인 마침표를 찍었다. 일순 침묵이 흘렀고, 관객들은 모든 것을 쏟아부은 그를 열렬한 기립박수로 환대했다.
통영 |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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