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본 해상자위대가 미국 해군과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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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뒤 처음 열린 미·일 국방장관 회담에 대해 일본 정부가 ‘대성공’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돌출적인 태도가 두 나라에 안보에 끼치는 불안감과 미국의 방위비 증액 압박 우려는 여전히 남은 상황이다.
아사히신문은 31일 “일·미 첫 국방장관 회담에서 견고한 동맹을 일단 확인했지만, 두 나라 관계에 미래가 뚜렷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쪽이 하루 전 도쿄 방위성에서 열린 나카타니 겐 방위상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회담을 성공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풀이된다. 우선 헤그세스 장관이 주일 미군 사령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편하는 문제에 대해 조 바이든 전임 정부의 방침을 이어가기로 한 대목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24일 미·일 군사 협력 강화를 위해 육·해·공 자위대를 하나의 체계로 움직이는 통합작전사령부를 발족했다. 애초 주일미군 쪽은 이 조직에 대응하기 위해 주일 미군 사령부를 통합군사령부로 격상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트럼프 정부 이후 합의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 미국 시엔엔(CNN) 방송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정부는 비용 절감을 위한 방안으로 주일 미군 확장 계획 중단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이날 헤그세스 장관이 “주일 미군 사령부를 통합군 사령부로 격상하기 위한 1단계에 돌입했다”며 “싸울 수 있는 사령부로 개편한다”고 확인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일본 내부에서는 미군 통합군사령부 격상 문제만 해결돼도 대중국 억지력이 상당히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하나는 미국 쪽이 적어도 국방장관 첫 만남에서 일본의 방위비 증액을 대놓고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방위비 관련 구체적 수치를 언급하지 않은 채 “우리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일본 정부가 올바른 결단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만 말했다. 이어 그는 “모두가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제까지 일본 정부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다른 나라가 말하는 것에 따라 일본 방위비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방위비 문제에서 미국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현재 일본은 2027년까지 방위비를 43조엔으로 늘려 국내총생산(GDP)대비 2%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이 같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트럼프 정부와 끈끈한 동맹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걸림돌이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뿐 아니라 안보 문제에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이는 게 대표적이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방위비 인상에 이번에 적극적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동맹이 미국 쪽에 불공평하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지난 6일에도 그는 “우리는 일본을 지킬 의무가 있지만, 일본은 우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는 등 부정적 태도를 보여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증액 문제를 ‘관세 전쟁’과 맞물려 거래를 하려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안보에 대한 불만을 통상협상과 연결해 일본에 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의 방위비 증액 규모가 2027년까지 확정됐지만,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떨어진 만큼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일본이 미국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고타니 데쓰오 메이카이대 교수는 이 신문에 “유사시 미국에 의지할 수 없는 사태를 고려해 일본과 같은 불안을 가진 오스트레일리아, 필리핀, 한국 등 뜻을 같이하는 나라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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