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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정위, ‘울트라콜 폐지’ 배민 조사…자체배달 가게 차별 의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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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지어 늘어선 배민 오토바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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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액제 광고 상품인 ‘울트라콜’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해 기존 거래 조건을 음식점에 불리하게 변경한 게 아니냐는 혐의다. 음식점이 자체적으로 배달하는 ‘가게배달’을 차별하고, 배민 소속 라이더가 직접 배달하는 ‘배민배달’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앱 화면을 개편했다는 의혹도 공정위는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 핵심 관계자는 31일 한겨레에 “배민의 울트라콜 폐지와 앱 화면 개편이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거래상 지위 남용)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점주 협회, 배달라이더 노동조합 등이 공정거래법을 위반으로 배민을 신고한 데 따른 조처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배민 본사 앞 ‘배달의민족-입점업체 상생촉구’ 농성장.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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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부터 순차 폐지 예정인 울트라콜은 월 8만8천원을 내면 특정 지역 내에서 노출 빈도를 올려주는 정액제 광고 상품이다. 배민은 배민 소속 라이더가 직접 배달하는 배민배달(알뜰배달·한집배달)과 음식점이 직접 또는 배달대행업체와 계약을 맺고 배달하는 가게배달로 나뉜다. 배민배달에는 주문 금액에서 일정 수수료(2.0~7.8%)를 떼어가는 정률제만 적용한다. 가게배달에서는 정률제(수수료 6.8%)와 정액제(울트라콜)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4월부턴 이 중 정액제 방식을 폐지한다는 것이다.



정액제를 이용하던 점주들은 거세게 반발한다. 지난 12일 공정위 신고를 예고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점주는 “울트라콜 폐지로 월 수백만원의 추가 지출이 예상되는 사장님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매달 고정된 광고비를 지불하던 구조에서, 앞으로 모든 주문에 수수료가 부과되면 음식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배민이 지난해 말부터 지역별로 단계적으로 적용 중인 새로운 앱 화면이 배민배달을 부당하게 우대하고 있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배달 방식을 먼저 선택한 뒤 음식점을 고르는 구조였지만, 새 방식에서는 음식점을 먼저 고른 다음 배달 방법을 고르는 순서로 바뀌었다. 이 변경이 배민배달에 유리하다는 게 자사우대 의혹의 뼈대다.



배민배달(알뜰배달·한집배달, 왼쪽과 가운데)을 부당하게 자사우대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배민의 개편된 장바구니 화면의 모습. 가게배달에는 ‘라이더 위치 확인 불가’라는 설명만 있고, 가게배달의 배달 소요 추정 시간이 최대 54분으로 더 길다. 점주들은 가게배달 소요 시간에 음식 조리 시간까지 포함할 수밖에 없어 더 긴 시간을 노출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배달의 민족 앱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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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개편된 앱 화면을 보면 알뜰배달·한집배달·가게배달이 차례대로 등장하는데, 알뜰배달과 한집배달에는 ‘가장 저렴한 배달 팁’, ‘가장 빠른 배달’, ‘라이더 위치 확인 가능’ 등 긍정적인 설명이 붙어있다. 반면, 가게배달에는 ‘라이더 위치 확인 불가’라고만 적혀있을 뿐, 추가적인 설명이 없다. 각 배달 방식 오른쪽에 있는 배달 시간 표기도 의혹을 키운다. 점주들은 배민배달에는 순수 배달 시간만 표시되지만, 점주가 직접 시간을 입력하는 가게배달에는 조리 시간을 포함한 시간을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정책은 주문이 배민배달로 몰리도록 하고, 부릉·생각대로 등 배달대행사 소속 라이더의 이탈을 불러온다고 점주들은 주장한다. 3월초부터 개편된 화면이 적용된 경기도에서 배달대행 업체를 운영하는 이아무개 대표는 “앱 화면 개편 이후 곧바로 콜(주문) 건수가 3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에 배민 쪽은 “울트라콜은 매년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음직점주에게 불필요한 출혈경쟁을 유발한다는 점을 지적받아 막대한 관련 매출을 포기하면서까지 종료를 결정했다. 앱 화면은 소비자 편의를 개선하기 위해 개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민배달 소요시간에도 조리시간이 반영된다”며 배달 시간 표기 차별 논란에 대해선 부인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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