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노인 실명의 주 원인 황반변성,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 [기고/이주용]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아일보

이주용 혜안서울안과 원장


망막이 손상되면 시력에 치명적이다. 흔히 망막을 카메라 필름에 비유하는데, 필름이 망가지면 사진을 볼 수 없는 원리와 같다. 특히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은 정상 시력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황반 손상으로 나타나는 황반변성은 녹내장, 당뇨망막병증과 더불어 3대 실명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황반변성은 황반 부위의 시세포가 위축되거나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자라나 시세포가 손상되는 퇴행성 질환이다. 발병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다가 진행될수록 시세포가 빠르게 손상돼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최악의 경우 실명을 유발할 수 있다.

황반변성은 일종의 노화현상으로, 나이 관련 요인이 가장 흔하다. 유전적 요인 및 고도 근시, 흡연, 자외선 노출 등 외부적인 환경요인에 따라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가 말하는 황반변성은 대부분 연령과 관련이 있다. 50세 이상 연령층에서 주로 발생하며, 65세 이상 노인 실명의 가장 흔한 원인이 바로 황반변성이다. 노인성 황반변성은 통증 없이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시력이 약간 불편하더라도 단순한 노화로 인식하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사물이 왜곡돼 보이거나 중심 시력이 선명하지 못할 때 이상을 느끼고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례로 한 60대 남성 환자의 경우, 평소 즐겨보던 TV, 스마트폰 화면이 자꾸 침침하게 얼룩져 보이고, 물건을 찾을 때도 앞이 선명하지가 않아 이리저리 두리번거림이 반복되는 불편을 겪다가 내원했다. 정밀검사를 했더니 습성 황반변성 초기였다. 시력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사 치료를 시작했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시력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황반변성은 일찍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답이다. 글자나 직선이 흔들리거나 끊어져 보이고, 사물이 흐리게 보인다거나 물결 또는 휘어져 보인다면 황반변성의 초기일 수 있다. 시력 저하를 느끼고 중심부에 검은 암점이 생겨 사물을 인식하기 어렵다면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안과를 찾아야 한다.

황반변성은 크게 건성과 습성 두 가지로 분류한다. 건성 황반변성은 황반에 드루젠 노폐물이 축적되는 상태로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약 90% 이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당장 시력에 큰 변화가 없더라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되거나, 황반부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습성 황반변성은 맥락막에 신생혈관이 생성돼 망막출혈 또는 삼출이 발생하여 황반을 빠르게 손상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실명에 이를 수 있어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습성 황반변성일 경우 안구 내 주사 치료가 효과적이다. 안구 내에 혈관신생 억제 약물을 주사해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의 성장을 억제하고 체액누출을 막아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주기적인 치료가 중요하므로 치료 시기, 간격을 정확히 정하고 지키는 것이 좋다. 이외 황반변성의 위치나 주사 치료의 반응 여부에 따라 레이저치료와 광역학요법을 시행할 수도 있다.

황반변성으로 인해 손상된 시각세포는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조기진단과 관리에 노력해야 한다.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40대부터는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아 황반과 망막 상태를 점검하고, 특히 한 쪽 눈에 병력이 있다면 반대쪽 눈의 건강 상태도 꼭 점검해야 한다.

생활 습관 개선도 필요하다. 담배는 눈에 치명적이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야외운동이나 활동이 활발하다면 선글라스, 모자 등을 꼭 착용해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해야 한다. 항산화제 비타민을 복용하는 것도 황반변성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비타민 복용 시 수년 내 황반변성 악화할 확률이 20% 이상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주용 혜안서울안과 원장

지희수 기자 heesuji@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