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발란 기업회생절차 신청
최형록 대표 "단기 유동성 경색으로 회생 신청"
"회복 과정일 뿐…발란 M&A 빠르게 추진할 것"
미정산 입점사 분노 "재산 지키려고 시간 끈 것"
전문가 "M&A 쉽지 않을 것…부도 가능성 높아"
발란이 과거 배우 김혜수를 앞세워 진행했던 광고 (사진=발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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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발란은 최형록 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올해 1분기 내 계획했던 투자 유치를 일부 진행했으나, 당초 예상과 달리 추가 자금 확보가 지연돼 단기 유동성 경색에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6일 발란은 기업회생신청 추정 파일이 담긴 사진이 유출되면서 기습 기업 회생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발란은 “회생을 진행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지만 불과 며칠 사이 입장이 바뀐 것이다.
특히 최 대표는 “단기 자금 유동성 문제만 해소하면 정상화할 수 있다”며 기업 회생을 회복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인수합병(M&A)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회생 절차와 M&A를 병행하기 위해 이번주 중 매각 주관사를 지정해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인수자 유치 과정에서는 기존 입점사들이 지속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보겠다”고 했다.
소식을 접한 입점사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 상태다.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 당장 미정산금을 받을 길이 요원해져서다. 앞으로 발란의 모든 채무는 동결된다. 여기에는 금융 채권과 입점사들이 보유한 상거래채권까지 포함된다. 이후 발란이 회생 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하면 채권자와 법원 심사를 거쳐 기업 회생에 돌입한다. 통과가 안 된다면 청산과 파산 절차를 거친다. 이 기간만 최소 수개월이다. 지난해 티메프 사태 미정산 피해자도 현재 돈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발란의 입점사는 1300곳으로 추정된다. 미정산 규모만 최소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발란 공식 홈페이지는 모든 결제 수단이 차단된 상태다. 웹사이트는 정상 가동되지만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를 시도하면 ‘결제 실패’ 메시지만 뜨고 있다.
전문가들은 발란의 인수합병 카드 역시 사실상 미정산에 대한 면피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매각 주관사를 선정한다 해도 실제로 인수가 이뤄지려면 오랜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침체로 명품 플랫폼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형 자산이 있는 홈플러스도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고객과 데이터가 전부인 무형 플랫폼을 현재 인수하려고 나설 곳이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발란의 높은 부채 비율도 문제”라고 짚었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시장 여론도 문제다. 발란이 여러 번 말을 바꾸면서 기업 이미지 자체가 훼손된 상태다. 발란은 당초 지난 28일까지 미정산금 지급 일정을 공유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이를 미루고 기업 회생을 택했다. 서 교수는 “화재가 났는데 건질 것을 건지려 하는 모습에 시장의 분노가 더욱 커진 것 같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부도 처리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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