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 이어 기업회생까지
PE 본연 역할 ‘관리감독’ 강화 공감대 형성
포트폴리오 기업 운영 능력 시험대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홈플러스·MBK 파트너스 및 삼부토건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3.18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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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심아란·노아름 기자] 한국타이어그룹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이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참여,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까지 최근 2년 사이 사모펀드(PEF) 운용 업계 내 굵직한 사건은 모두 MBK파트너스에서 출발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라는 PE 본연의 역할에 의구심을 품고 있으며 PE 시장 팽창에 기여한 연기금 등 주요 출자자(LP)는 보수적 투자 기준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펀드의 무한책임사원(GP)을 넘어서 개별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해 재벌기업 수준의 관리 능력을 요구하면서 PE 업계 내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펀드 출범 20년 맞은 MBK, 돈에 ‘꼬리표’ 붙인다
MBK는 2005년 1조원대 1호 블라인드 펀드를 선보인 이후 20년 만에 운용자산은 약 44조원(300억달러)으로 키웠다. 현재 6호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 중이며 국내에서는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해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 공무원연금공단 등이 출자를 결정했다.
그러다 작년 9월에는 한국타이어 때와 유사하게 지배구조와 기업가치 개선을 앞세워 고려아연 투자에 나섰다. 차이가 있다면 최대주주인 영풍과 손을 잡았다는 점이다. 한국타이어 때는 2대주주와 의결권을 합치했으나 1대주주의 과반에 육박하는 지분율을 압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다만 고려아연의 경우 1대주주인 영풍과 경영진 최윤범 회장 간 분쟁에 전혀 관계 없는 제3자 MBK가 참전하면서 시장 공감대를 얻진 못했다.
결국 MBK는 국민연금 출자금에 별도의 ‘꼬리표’를 붙이게 됐다. 약 3000억원 출자를 약정한 국민연금은 계약 내용에 ‘적대적 M&A 투자 건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국내 한 연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시작한 이상 다른 LP들 역시 GP 선정 기준안을 조정한다거나 투자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긴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고려아연 사태의 경우 적대적 M&A로 정의하기에 미흡한 부분도 있고 앞으로 GP의 모든 투자 건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PE 고통분담 적정할까…사재 출연 약속에도 당국 불신의 눈초리
김병주 MBK 회장은 고려아연에 이어 홈플러스 사태로 뭇매를 맞자 사재 출연까지 선언했다. 홈플러스의 거래처 결제대금 등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이 원장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GP는 펀드를 관리하면서 수수료를 받으면서 대기업 회장 못지 않은 경제적 이익을 누린다”라며 “손실은 사회화, 이익은 사유화하는 방식에 대해 국민과 금융당국이 똑같이 불신을 갖고 있어 관련 조사를 강하게 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물론 투자의 성공과 실패는 필연적인 점을 감안하면 당국의 대처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따른다. 사모시장 거래 특성상 일부 대형 딜을 제외하면 투자 성과와 손실 정보는 일반적으로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MBK 외에도 다른 PE 포트폴리오 역시 인수금융 디폴트가 나거나 회생절차를 밟은 사례가 적지 않다.
시장 관계자는 “PE의 적대적 M&A는 기업가치를 개선한 해외 성과가 많아 국내에서는 MBK를 시작으로 다른 PE에도 새로운 길이 될 수 있던 사례”라며 “다만 시장 내 반감이 너무 큰 데다 워낙 국민 일상 생활과 밀접한 홈플러스의 법정관리까지 더해지며 PE에 대한 이미지 자체가 훼손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3년 동안 고금리과 LP 보수적 펀딩 등으로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금융당국까지 관리감독 강화를 말하니 PE 업계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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