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광화문=이상빈·이환호 기자] "'큰일 났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거리로 나오게 됐습니다." (김광수 아트쿱 대표)
"나라가 이렇게 위기라는 걸 알고는 분통이 터져서 앉아 있을 수가 없어요." (A 씨, 화가·도예가)
지난달 26일 오후 <더팩트> 취재진이 서울 광화문 광장과 안국역 인근에서 인터뷰한 두 시민의 발언이다. 두 사람은 각각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고 반대하는 입장으로 갈려 약 900m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하는 말의 의미는 비슷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음향차를 개조한 커피차를 끌고 광화문 광장으로 나온 김광수 아트쿱 대표는 3개월이 넘도록 천막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찬성 농성에 나선 김광수 아트쿱 대표가 지난달 26일 <더팩트>와 인터뷰를 마친 뒤 커피차에 앉아 있다. /이상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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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기획과 제작이 본업인 김 대표는 비상계엄 당일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다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곧바로 행동에 옮겼다. 생계는 나중 문제였다. 커피차를 끌고 나간다는 그에게 친구 세 명이 힘을 모아 40만 원을 쥐여줬다.
추운 날 함께 거리로 나온 예술가 동료들과 따뜻하게 커피라도 먹을 수 있게 해놓자고 시작한 커피차 농성이 이렇게 길게 갈 줄 몰랐다. 김 대표는 "지금 이것 때문에 일상이 다 무너졌다. 3월, 4월이면 예술가들에게는 축제도 있고 공연도 있고 준비하는 일도 많다"며 "빨리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떠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건이 끝날 때까지 광장을 지키면서 예술가들과 함께 있어야 하지 않냐는 생각에 계속 머물게 됐다. 먹고사는 문제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오전 10시쯤 광화문 광장에 나오면 행진이 끝나는 오후 9시~10시쯤 정리하고 집으로 간다. 하루를 밖에서 보냈지만 본업을 놓을 수 없다. 김 대표는 "집에 가면 밀린 숙제를 한다. 어쨌든 공연 기획을 한번 하려고 하니까 기획안도 쓴다. 여기서도 시간 날 때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화가이자 도예가인 A 씨가 지난달 26일 서울 안국역 근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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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와 인터뷰를 마치고 안국역으로 향했다. 5번 출구와 6번 출구 사이에서 조그맣게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곳에서 화가이자 도예가인 A 씨를 만났다. A 씨는 영상 10도를 웃도는 아직 쌀쌀한 날씨에 얇은 재킷만 입고 한 손에는 성조기를 쥔 채 서 있었다.
A 씨는 "도자기 만들어서 내 작품 넣어 전시하고 살아가는데 작업실에서 작업을 할 수가 없다. 나라가 지금 전쟁 아니냐"며 "다른 사람은 총칼로 싸우지만 우리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총칼보다 더 강한 힘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렇게 아스팔트로 다 달려 나오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15일 윤 대통령이 체포된 날 A 씨는 체감 온도 영하 20도 추위에도 3일 밤을 새우며 한남동 관저 앞을 지켰다. A 씨는 "내 몸에 변형이 와버리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윤 대통령이 구속된 뒤에는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윤 대통령의 구속이 취소돼 석방된 뒤로는 함께 시위에 나섰던 사람들과 이곳 안국역에 모였다.
A 씨는 1시간 20분을 달려 도착한 안국역 집회 현장에서 5~6시간 동안 밖에서 소리 높여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친다. A 씨는 "나라가 이 꼴인데 안 외칠 수 있냐"고 성토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A 씨는 "윤 대통령은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는 분이다. 내 바람이 있다면 저분이 빨리 즉각 복귀해 다 깨끗이 정리해서 편안하고 살기 좋은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새롭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그걸 위해서 하루 종일 목소리 높여 외치고 있는 거다. 그게 꼭 이루어질 거라고 믿고 우리는 저항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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