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남긴 최악 산불]
“집-밭 다 탔는데 뭐 먹고사나”… 자식들 있는 도시로 이주 고민
귀농인 30%도 도시로 유턴 의사… 인구소멸 위험지역 가속화 우려
전문가 “정부가 재정착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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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젊었을 적부터 70년 살아온 집인데 호미 자루 하나 안 남기고 다 타뿌따. 정부 지원이 없으믄 이 동네는 더는 뭐 살아갈 길이 없어. 먹고살 길이 없는데 자식들 있는 데로 가든가 대구로 나가든가 해야지. 다 떠나야지.”
31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상논실마을에서 만난 산불 이재민 최윤기 씨(65)는 집과 농작지 1500평이 모두 불에 탔다고 했다. 21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25일 영양까지 번지면서 이 마을 주택 22채 중 15채가 전소됐다. 최 씨는 “어르신들도 자식 사는 곳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될 상황”이라며 “마을 자체가 사라지게 생겼다”고 씁쓸해했다.
● 이재민들 “먹고살 게 없으니 떠나”
남부 산불의 큰불은 꺼졌지만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 중 일부는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집도 밭도 사라졌는데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여기서 뭘 해서 먹고살겠나”라고 되물었다. 상논실마을에서 만난 한 이재민은 “남아 있는 게 몸밖에 없다. 대피할 때 가져나온 차와 몸이 전부”라고 말했다.
● 도시서 온 귀농인들, 다시 도시로
앞으로 반복되는 재난마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인구 유출이 가속화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이번 산불 피해가 컸던 경북 의성, 안동, 영양, 청송, 영덕은 인구 유출로 인해 지역 소멸 위험이 큰 ‘고위험 지역’으로 나타났다.
● 전문가들 “일자리-주거 지원 늘려야”
경북 의성군 단천면 두계리에 사는 박모 씨(66)도 “시골 마을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우리 60대들은 마을을 지키겠지만, 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은 집을 잃은 경우 요양병원으로 옮기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여건이 안 되는 이재민들은 “돈이 없어서 이주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시내는 집세도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지방소멸 위험지수 |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고령 인구로 나눈 값. 해당 지역의 인구 소멸 위험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0.5 이하면 소멸 위험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
영덕=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영양=조승연 기자 cho@donga.com
의성-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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