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꾸는 음식 ⑨ 미나리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은 피로감이 큰 계절이다. 사진 언스플래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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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반갑지만, 봄에 나타나는 증상은 달갑지가 않다. 코가 막히고 기침이 잦아지며 피부는 건조하고 따갑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눈까지 뻑뻑하다. 한두 번의 일탈만으로도 몸 이곳저곳이 신호를 보내온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에 일어나니 띵띵 부은 얼굴이다. 갑자기 따뜻해진 날씨에 몸이 적응하질 못했는지, 피로감도 크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라지만 찬란한 봄의 기운이 내 몸만 피해 가는 느낌이다.
왜 봄에 더 피곤할까?
내 체질 역시 ‘카파’다. 그런데 카파는 단단히 쌓아 에너지를 키우는 동시에 끈적하며 머무르는 성질도 가진다. 때문에, 애석하게도 쉽게 살찌는 경향이 있다. 또 몸에 부종이나 염증이 생겨도 배출이 쉽지 않다. 이런 내 체질과 봄이 맞물리면 몸이 더 고단해진다. 날이 따뜻해지면, 카파가 온몸에 퍼지며 시너지를 폭발시키기 때문이다.
면역력 증진하고, 부종 줄여주는 ‘미나리’
봄철 추천하는 식재료는 미나리로, 사진은 경북 청도의 한재미나리다. 백종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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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천근만근이지만, 게으르게 주저앉을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야근할 정도로 일은 많고, 아이들은 개학이라 챙겨줄 것이 많다. 가벼운 성질을 띤 음식을 먹어 무거운 몸과 마음을 해결해 보기로 한다. 바쁜 일들을 하나씩 정돈해야 일상을 안정되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나리는 섬유질도 풍부하다. 섬유질은 소화를 촉진하고 장의 배설 작용을 도와 체내의 독소를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부종을 줄이는데도 미나리만한 게 없다. 미나리의 칼륨이 체내의 잉여 수분과 나트륨을 조절해 부종을 줄이는 일을 돕기 때문이다. 그리고 엽록소를 포함한 녹색 채소는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이다. 간의 대사를 돕고 체내 pH를 조절해 산성화되기 쉬운 몸을 중화하는 역할을 한다.
시원하고 가벼운 성질의 봄나물
아유르베다에는 ‘도샤’란 말이 있다. 몸과 마음을 관리하는 지점을 뜻한다. 또, 건강관리에 있어 균형을 잃기 쉬운 성질을 세 가지로 나눠 설명하는데, 그 명칭을 ‘도샤’라고도 한다. 개인이 우세하게 타고나는 도샤가 바로 나의 ‘체질’이기도 하다. 개인의 체질에 균형을 줄 수 있는 음식과 활동 등을 이어가야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단 것이 아유르베다의 핵심 철학이다.
살찌기 쉬운 나의 체질 ‘카파’에 가벼움과 움직임을 줘서 균형을 유지해줄 수 있는 채소가 바로 ‘미나리’다. 특히 봄은 내 체질의 특징이 더 강해지는 시기라, 해독과 배출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내가 물기 가득 머금은 향긋한 미나리를 매주 박스째로 주문해, 여름이 오기 전까지 신나게 지지고 볶아서 먹는 이유기도 하다.
달고 짜게 먹은 다음 날, 미나리즙으로 해독
달고 짠 음식을 먹고 난 다음날 추천하는 미나리즙. 약간의 소금과 레몬즙을 더하면 목 넘김이 수월하다. 사진 정성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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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단짠’ 음식을 먹고 난 다음 날은 어김없이 미나리즙을 내서 먹는다. 미나리를 사고 2~3일 안에만 가능한 조리법이긴 하지만, 효능은 정말 즉각적이다. 마시기 전에 소금 한 꼬집과 레몬즙을 한두 방울 섞으면 농축된 미나리의 풀 향이 한결 부드러워져 목 넘김이 편해진다.
미나리에 청양고추를 다져 넣고, 통밀 반죽을 연하게 한 다음, 강황 가루를 조금 넣어서 미나리 전을 부쳐 먹어도 맛있다. 바쁘고 여유가 없는 날이라 빠르고 간편하게 먹고 싶을 땐, 미나리를 쫑쫑 썰어서 간장·참기름을 붓고 계란프라이를 하나 올려서 밥과 함께 쓱싹 비벼 먹으면 된다. 맛은 물론이고, 어느새 소화가 쑥 되어 몸마저 가볍다.
정성희 영양사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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