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정유신 |
지난 2월17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민간기업 좌담회는 중국 내외의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시진핑 주석과 당 서열 2위 리창 총리, 서열 4위와 6위인 왕후닝과 딩쉐샹 등 정치국 상무위원 4인이 참석한 데다 민간기업에선 화웨이의 런정페이, 알리바바의 마윈, BYD의 왕젠푸, 벤처기업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딥시크의 량원펑 등 중국 최고의 테크기업인들이 총집결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민간기업 좌담회는 2018년 11월 좌담회 이후 6년 반 만에 개최된 점, 시 주석이 4년 이상 자취를 감췄던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과 웃으며 악수하는 장면을 내보냈단 점에서 좌담회지만 정책발표 이상으로 시장의 관심이 컸다.
좌담회의 핵심은 시 주석의 강연 요지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마오쩌둥의 공부론(共富論)에서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으로의 유턴이다. 지난 6년간 공부론을 배경으로 테크기업 등 민간부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는데 이번 좌담회에서 '먼저 부유해진 뒤 함께 부유해지자'(先富促共富)고 민간기업을 독려함으로써 시장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둘째, 산업보국(産業報國). 시 주석은 민간기업들이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애국심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해야 함을 주문했다. 셋째, 민간부문에 대한 지원정책이다. 민간기업의 국가 발전 기여를 전제로 민간부문에 대한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과 인프라 투자기회 확대를 약속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마련된 민간경제진흥법안은 이를 명확히 보장하기 위한 법적 장치로 평가된다.
'민간기업 규제에서 적극 지원'으로 정책을 전환한 배경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첫째, 중국 최고지도부가 현재 경기회복을 위해선 '민간부문 활성화가 필수'란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의 목표성장률(5%) 달성은 주로 수출증가(연 7.1%) 때문으로 부동산은 신규 주택착공이 24.6% 감소하고 소비도 역대 최고치인 저축률(55%)에서 보듯 여전히 저조한 상태다. 따라서 트럼프 1기 때보다 강력한 미국의 무역규제로 수출이 감소하면 올해 목표성장률 5% 달성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로선 중국 GDP의 60%, 도시고용의 80%를 차지하는 민간부문 활성화가 그만큼 절실한 셈이다.
그럼 시장의 평가와 앞으로 전망은 어떤가. 시장에선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민간부문의 높은 비중을 고려할 때 경기활성화와 성장률 제고에 확실히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좌담회를 전후로 상하이와 홍콩 주가가 3~4%포인트 상승한 데서도 잘 나타났다는 평가다. 특히 대학 졸업생 상당수가 테크기업 등 민간기업을 선호하고 있단 점에서 알리바바, 텐센트 등 빅테크에 대한 규제완화는 현재 청년층(16~24세)의 높은 실업률(2월 16.9%) 완화에도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미국과의 기술패권 다툼에도 플러스 효과일 거라는 의견이다. AI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거라는 딥시크 외에도 전기차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에 등극한 BYD, 세계 최초로 AI 기반 대규모 휴머노이드 로봇 군무를 선보인 유니트리 등 '기술 임계치' 돌파 기업들을 늘리는 계기가 될 거라는 평가다. 하지만 반도체 자립도가 15%로 낮은 점, 글로벌 가치사슬(GVC) 면에서 미국 등 여전히 서방국 의존도가 높고 시 주석의 '먼저 부유해진 뒤 함께 부유해지자'에서 알 수 있듯 궁극적으론 공부론의 제약하에 있는 점 등은 민간기업 혁신의 한계라는 의견도 나온다. 앞으로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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