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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AI 을사오적'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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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AI(인공지능)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으면 '을사오적'이 될 수 있다."

을사년인 올해 관가에선 이같은 말이 나온다. AI산업 투자 적기를 놓쳤다고 대한제국 외교권 박탈의 주범인 을사오적에 비유하는 건 과하다. 그러나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이 자주국의 지위를 상실했듯 AI 패권시대 골든타임을 놓치면 AI G3(3강)은 고사하고 AI 독립국도 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은 공감할 만하다.

더욱이 우리는 아직도 딥시크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는데 중국에선 벌써 제2 딥시크인 '마누스'가 등장했다. 오픈AI는 '지브리'풍 이미지를 완벽 재현하는 '챗GPT-4o 이미지 생성' 모델로 세계를 놀라게 한다. 자고 일어나기가 무섭게, 하루가 멀다 하고 글로벌 AI 경쟁은 속도전을 벌이는데 우리는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GPU(그래픽처리장치) 1만개 구매를 앞당기겠다는 계획마저 공전하고 있으니 하소연이 나올 법도 하다. AI 정책을 두고 "한국의 역동성이 떨어졌다는 걸 실감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나마 다행히 추경 논의의 물꼬가 트였다. 정부가 산불피해 지원, AI 경쟁력 강화, 민생지원이라는 여야 이견이 없는 3대 분야를 중심으로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GPU 리드타임(주문 후 고객에게 인도되기까지 기간)이 통상 3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추경안이 이달 국회를 통과해도 GPU는 하반기에나 국내에 들어온다. GPU 지원 대상 선정 등 여러 행정절차를 거치면 실제 가동하기까지 수개월이 더 걸릴 수 있다.

"AI산업은 9개월 늦으면 3년 뒤처진다"는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말에 비춰보면 이달 추경안이 통과해도 판세를 뒤집긴 힘들 수 있다. 우상향 곡선을 그리던 AI 벤치마크(성능평가)가 최근 들어 수직상승할 정도로 기술 발전이 빠른 걸 보면 '이미 늦은 것 아닌가'란 불안감도 커진다.

그러나 이 시기마저 놓치면 글로벌 빅테크(대형 IT기업)의 AI 종속국은 불가피하다. 훗날 한국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LLM(대규모언어모델)을 개발하고도 여야 정쟁으로 AI 주권을 잃었다는 평가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추경에 속도가 붙길 바란다.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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