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성 세력은 반일 세력" 주장에
"탄핵 시 한국 위험" 믿는 일본인 늘어
지난달 12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 정문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국민대 민주동문회 소속 동문 및 학생들과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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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머지않아 북한처럼 공산 국가가 되는 거냐."
한국에서 유학 중인 대학생 사이토 히로키(가명·23)는 지난 2월 중순쯤 고향인 구마모토현에 갔다가 중학교 동창들의 질문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해 대선이 실시되고, 정권이 교체될 경우 한국이 공산화할지 모른다는 주장이었다. 사이토의 친구들은 일본인들에게 인기 있는 한국 유튜버의 동영상에 나온 이야기라고 전했다.
사이토의 사례처럼 최근 일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서 한국이 공산화된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이 퍼지고 있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에게 영향력이 큰 젊은 한국 유튜버들이 올린 윤 대통령 지지, 탄핵 반대 주장을 담은 동영상 때문이다.
1일 일본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대표 인플루언서 A, B, C 등 3인의 유튜브 채널에는 윤 대통령 지지 영상이 일본어로 다수 올라와 있다. "한일관계를 위해 윤 대통령이 복귀해야 한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지면 일본도 위험해질 수 있다", "한국이 안정되려면 윤 대통령이 빨리 돌아와야 한다" 등 한일관계를 윤 대통령 탄핵 여부와 연결 짓는 글이 대부분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결정된 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대통령 탄핵 사건 관련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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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원래 문화, 연예인, 관광 등 한국 관련 정보를 주로 다뤄 왔다. 젊은 일본인 사이에선 '한국을 알려면 봐야 하는 채널'로 통한다. 7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A는 2020년 주일한국문화원의 '강추(강력 추천) 유튜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들의 동영상이 퍼지면서 한국을 '위험한 국가'라고 생각하는 젊은 일본인들도 늘고 있다. 도쿄에 거주 중인 한 30대 직장인은 이들이 올린 동영상을 봤다며 "한일관계가 좋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일본을 싫어하는 분들이 힘을 가질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한국에 교환 유학을 준비 중인 대학생 시마무라 리에(가명·22)는 "'한국 유학을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며 "동영상을 보고 탄핵을 둘러싼 갈등에 조만간 한국에서 내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젊은 일본인이 늘었다"고 말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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