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월31일 숨진 채 발견된 서울 강동구의 한 오피스텔 입구. 서현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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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31일 밤 서울 강동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배우 조민기씨 등에 이어 권력형 성범죄가 폭로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가 또다시 발생했다. 경찰 수사는 아직 종결되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도 ‘공소권 없음’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성폭력 피해자 회복에 힘써온 전문가와 시민들은 가해자의 사망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1일 ‘엑스’ 등 SNS와 일부 언론에는 장 전 의원이 무죄를 주장했던 글과 피해자의 폭로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 등이 올라왔다. 장 전 의원에 대한 폭로가 기획됐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주장도 있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1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장 전 의원의 죽음에 대해) 피해자 탓을 조금이라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허 조사관은 “피해자가 (2015년 피해를 본 뒤) 10년이 지나도록 상담사에게 들었던 말도 ‘법적으로 온당한 무게를 지워야지만 치유된다’는 말이었다”며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재판을 치르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죽음으로 인해 피해자의 입을 끝까지 다물게 만드는 것을 우리 사회가 허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변호사 등 전문가들은 장 전 의원의 죽음으로 “경찰 수사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수사는 특정인의 범죄 여부를 판단해 책임을 지우고 처벌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대상자가 사망하면 수사 필요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변사사건 처리를 감안해야 하는 등 내부 검토 후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를 더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직장인 최모씨(28)는 “범죄에 응당한 처벌 없이 가해자가 그 죗값을 안 치르고 죽었다는 것 자체가 피해자에게는 엄청난 억울함, 상실감으로 다가올 것 같다”고 말했다. 특수교사 석다연씨(31)는 “지금은 본인의 피해 사실보다 가해자가 죽었다는 사실로부터 오는 타인의 시선이 더 견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삶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력형 성범죄 등은 가해자가 사망하더라도 수사를 이어갈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성범죄 전문 오선희 변호사(법무법인 혜명)는 “진위를 알 수 없어서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게 되는 상황이 있다”며 “조건을 세밀하게 설정해서 수사를 예외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 조사관도 “배상이나 국가지원 대상자가 될 수 있도록 가해자 사망 이후라도 수사를 계속해 피해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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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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