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입장 밝혔지만 F4가 말려"…'시장 상황' 고려해 F4 회의엔 복귀
"거대 야당 상법개정만 고수하면 재계에 '순한맛' 자본시장법조차 피하는 핑계 될 것"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주요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2025.3.1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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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직을 걸겠다'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병환 금융위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외적 위기가 겹친 어려운 시장 상황을 고려해 당장은 사태 수습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선 법률에 주주 보호 장치가 꼭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또 한 번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비상장 법인을 대상에서 제외한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안 내용을 일부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과 정부·여당이 서로 '절제의 미학'을 보여달라는 당부의 말이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금융위원회 설치법상 금감원장에 대한 제청권자가 금융위원장"이라며 "최근 금융위원장께 연락을 드려서 제 입장을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사의를 표명한 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시장 상황이 어려운 데 경거망동하면(사의를 표명하면) 안 된다"고 연락이 왔고 이 원장은 "말을 뱉어놓은 게 있다며 사의를 다시 표명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원장은 "오늘 밤 상호 관세가 미국에서 발표되고, 내일 아침에 F4 회의를 하자고 내일 새벽에 좀 보자고 하셨다"며 "4월 4일 (임명권자인) 대통령께서 돌아오시는지 아닌지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입장 표명을 하더라도 대통령께 말씀드리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앞서 거부권 행사를 반대하기 위해 "직을 걸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해당 법률안이 기업 경쟁력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는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헌법질서 존중 차원에서는 그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그 원칙에도 사실 동의하고, 저와 금융위원장 모두 이런 부분에 대한 이견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재계에선 자본시장법 주주 보호 원칙도 반대하는 상황인 데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면 현실적으론 정부안이 통과하긴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이어 "간곡히 부탁드리는 것은 상법이 지금처럼 통과되면 100만 개 정도의 비상장 법인이 다 적용 범위가 된다. 아예 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시행령의 범위와 대상을 한정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열어두고 정하면 좋겠다. 비슷한 구조를 상법에 마련하면 정부도 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며 "서로가 절제의 미학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임기 후 계획과 관련해 이 원장은 "마지막 근무일인 6월 5일 아들과 윤식당에 나온 길리섬에 가려고 예약을 해놨다"고 웃으며 밝혔다. 앞서 총선 출마 권유도 많았지만 가족 만류로 고사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민간 회사에서 시야를 넓히고 싶단 희망도 밝혔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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