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1계 아파트 6건 취하·기일변경
아크로리버파크 응찰자 20명 몰려
집값 상승기에 취하 건수 늘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경매 법정 현장에는 입찰 개시를 20여분 앞두고 인파가 몰려들었다. 매각 기일부를 살펴보던 이들은 볼멘소리를 터뜨렸다. 게시판에 붙은 낱장의 종이에는 붉은색 도장이 연달아 찍혀 있었다. ‘기일 변경’ 또는 ‘취하’를 알리는 표시다. 이날 경매하기로 했던 49건의 부동산 중 16건이 취하 또는 연기됐다.
이날만 기다리던 입찰 예정자들의 표정이 일그러진 가운데, 입찰 개시 10분 전 법원 직원이 기일 변경 도장을 추가로 찍자 장내는 더 어수선해졌다. 경매 전문가들은 줄줄이 취소되는 경매 물건을 바라보며 "집값 상승기 나타나는 현상이다. 토지거래허가제도(토허제) 확대 재시행에도 집값에 대한 기대감이 꺼지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1일 서울 서초구 중앙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에서 경매 참가자들이 게시판을 보고있다. 이지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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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6건 중 1건만 경매 진행…20명 몰린 아크로리버파크
강남 3구에 위치한 물건이 나오는 중앙지법 경매법정은 매각 기일이 변경되거나 취하하는 일이 전달 대비 대폭 늘었다. 이날만 해도 법정에서는 6건 중 1건에 대한 경매만 이뤄졌다. 특히 이날 중앙 1계에서는 관악구 아파트 1건과 강남 3구 아파트 5건의 경매가 예정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강남구 삼성동 롯데아파트(전용면적 92㎡)를 시작으로, 역삼동 개나리래미안(85㎡), 서초구 반포미도 아파트(42㎡·지분매각)의 경매가 취하됐다. 논현 신동아 아파트(114㎡)는 경매 기일이 변경됐다.
지난달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지난달 열린 총 7번의 경매(중앙 2·3·4·7·8·9·21계 합산)에서는 아파트 31건에 대한 경매가 진행됐다. 이 중 기일이 변경은 전체의 6건, 취하는 단 한건도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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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경매 일정이 바뀌거나 일정이 취소되면 입찰 예정자들은 집으로 돌아갈 법도 한데, 이날 법정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이날 예정대로 경매가 진행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5㎡ 경매를 지켜보기 위한 인파였다. 이날 물건에는 20명이 응찰했다. 입찰 결과 발표와 함께 응찰자 수가 공개되자 법정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집값 상승기엔 경매 취하…강남 3구 경매매물 잠기나
경매 물건 고갈과 낙찰가 상승에 대해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이 나타나기 전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경매의 ‘기일 변경’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빚을 갚겠다는 합의를 통해 이뤄진다. ‘취하’는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하고 경매를 취소하는 것을 뜻한다. 통상 채무자들은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것보다 일반 부동산 시장에 매각해 빚을 변제하는 것이 이득일 때 이 같은 선택을 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집값이 상승하고 거래가 활발한 시기에는 매매 시장에서 집 주인이 원하는 가격에 자산 처분이 가능하기에 채권자에게 유예를 요청해 기일을 미루는 사례가 많다"며 "부동산 상승기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이날 중앙 1계처럼 기일 변경과 취하 건수가 두 자릿수를 넘기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시장이 우상향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질 때는 기일 변경을 통해 잠시 시간을 벌어보려는 이들이 생긴다"고 말했다.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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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문가들은 정부의 토허제 재지정 이후에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는 꺾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앞서 시장은 토허제 해제 이후 집값이 오른 상황을 한 차례 목격했다"며 "규제가 해제되면 다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에 투자자는 매입을 서두르고 채무자들은 경매 취하 등의 행동을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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