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11차례 변론기일 증인신문 전수분석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 적법성은 5차례 질문
주요인사 체포지시도 검증…선고 기준점 될듯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을 앞두고 재판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한 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2025.3.24. 공동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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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가 1일 평결을 통해 결론을 사실상 확정하면서 선고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헌재 재판관들은 2일도 오전과 오후에 평의를 두 차례 열어 선고 절차 등을 조율한 뒤 최종 결정문을 다듬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4대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 요건 및 국무회의의 적법성 △국회 봉쇄·진입 및 정치인 등 체포 지시 의혹 △‘포고령 1호’와 ‘비상입법기구’ 쪽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군 투입 등으로 요약된다. 법조계에선 국회와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하거나 재판부가 직권 채택한 증인들에게 헌재 재판관들이 질문한 내용들이 ‘기준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 엄격한 절차를 따르도록 하고, 국회와 선관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한 헌법 77조를 중대하게 위반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군 병력 국회 투입’ 집중 질문
2일 동아일보가 11차례 열린 변론기일의 증인신문을 전수 분석한 결과 재판관들의 질문은 △군 병력을 통한 국회 장악 시도 △계엄 선포의 절차적 적법성 △주요 인사 체포 지시 등에 집중됐다. 가장 많은 질문이 집중된 건 12·3 비상계엄 당일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의 목적에 대한 부분이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 등 7명 증인을 상대로 12차례 질문이 이뤄졌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 약 5분 동안 이뤄진 국무회의가 적법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5차례 나왔다. 2월 20일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온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 대한) 증인의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 달라’는 김형두 재판관의 질문에 “‘국무회의가 아니었죠’라고 하면 상당히 동의한다”며 “통상의 국무회의가 아니었고,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는 건 하나의 팩트”라고 말했다.
재판관들은 계엄 당시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 지시가 있었는지도 직접 검증했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은 8차 변론에서 계엄 당일 오후 10시 50분경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통화를 마친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 출장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고 했다. 그러자 김 재판관은 “홍 차장 진술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화에서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 지원해라’라고 했다고 한다”며 “그러고 나서 바로 국정원장한테 전화해서 ‘미국 출장 어떻게 하실래요’ 이건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실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대통령의 검찰 공소장에는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실상 전군에 정치인 체포조 명단을 보내 달라고 요구한 혐의가 적시되기도 했다.
정 재판관은 2월 4일 5차 변론에서 홍 전 차장이 메모한 ‘정치인 체포 명단’에 대해 질문했다. 정 재판관은 메모의 ‘검거 요청’ 부분에 대해 “국정원에 (정치인 등을) 체포할 인원이나 여력이 있느냐”고 물었다. 홍 전 차장이 “체포 권한은 없지만, 지원할 수는 있다”고 하자 정 재판관은 “(요청이 아닌) ‘검거 지원’이라고 적어야 했던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정원의 업무 범위 등을 확인해 체포 관련 전후 관계와 기관별 개입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질문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반면 재판관들은 윤 대통령 측이 계엄 선포의 주요 배경으로 주장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선 별도로 묻지 않았다. 수도권 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미 대법 판결 등을 통해 사실관계 확정이 이뤄진 만큼 재판관들이 쟁점으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재판관들이 국회 측의 ‘형법상 내란죄 철회’와 관련한 발언을 내놓지 않은 점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 측은 “소추 사유의 80%를 철회하는 것이라 국회 의결을 다시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재판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한 전직 헌재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소추 사유 변경이 받아들여졌던 만큼 이번에도 ‘형법상 유무죄’ 판단 대신 ‘위헌성’에 집중해 심리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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