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석유화학 기업 평균 사용률 10% 이하
인사 불이익 우려…전문가 "가족친화경영 필요"
지난해 주요 정유·석유화학 업계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대부분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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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지난해 주요 정유·석유화학 업계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대부분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일·가정 양립 환경 조성을 위해 남성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용률이 저조해 장기적으로 인재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정유·석화업계 기업 8곳 중 롯데케미칼(71%)과 LG화학(10%)만 남성 육아휴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나머지 6곳은 한 자릿수로,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성 육아휴직률이 60~100%대인 것과 대조적이었다. 아예 남성 육아휴직률이 0%인 곳도 있었다. 육아휴직률은 당해 출생 1년 이내의 자녀가 있는 직원 중 육아휴직을 사용한 비율을 말한다. 올해부터 상장사 사업보고서에 육아휴직률 공시가 의무화되면서 기업별 현황이 처음 공개됐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육아휴직 사용은) 개인과 팀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고 전기(47기)와 전전기(46기)에도 미미하지만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가 있었다"며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썼다고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그룹 차원에서 지난해 1월부터 임신·출산·육아 전주기를 지원하는 '금호케어' 제도를 도입해 직원들이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1개월은 의무고 원하면 최대 1년까지도 쓸 수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 남성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데다 복귀 후에도 인사상 불이익이 없다 보니 누구나 자유롭게 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최근 출산장려금, 육아기 단축근무, 난임 치료 지원 등 복지를 강화하고 있지만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여전히 낮다. 특히 정유·석화 업계는 남성 근로자 비율이 높지만 육아휴직 사용률은 낮다. 지난해 전체 남성 육아휴직자는 4만1829명으로 전체의 31.6%를 차지해 남성 비율이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섰다. 그러나 주요 정유·석화업계는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보편화된 여성 육아휴직보다 상대적으로 남성들은 '눈치 보는 분위기'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한 정유·석화업계 재직자가 "육휴 쓰면 병신 소리 들어서 잘 못 쓴다"는 글이 올라왔다. 같은 업계 다른 재직자도 "보통 거의 안쓰지 않나. 휴가만 몇개 쓰고 (육휴 쓰는 사람) 나는 아직 못봤다"는 댓글을 달았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인 데다 인재 확보를 위해서라도 일·가정 양립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은 직원들이 육아기 회사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달 6개월 이상 육아휴직자가 속한 팀 직원들에게 1인당 최대 50만원을 지급하는 '동료 수당'까지 만들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는 "직장문화가 남성적인 만큼 육아휴직을 하더라도 승진에 불이익이 있을 염려를 한다거나 휴직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특성이 있을 수 있다"며 "점차 남성 근로자들이 일·가정 양립을 원하게 되면 일·가정 양립이 잘되는 기업으로 옮길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사람을 붙잡아두기 위해 가족친화경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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