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미 국제방송처(USAGM)에 대해 “법적으로 요구되는 최소한의 기능만 유지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이에 따라 RFA와 VOA에 지원되던 자금이 중단됐다. 매년 약 6080만달러의 연방 예산으로 운영되는 RFA에서는 정규직 300명 중 75%인 225명이 일시해고되고, 수백명의 프리랜서 계약이 종료됐다. VOA는 서울을 포함한 주요 해외 지국 직원들이 행정휴직에 들어갔고, 대부분 라디오 프로그램과 웹사이트 업데이트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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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극좌 선전 매체 중단”에 中 “오히려 좋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에 따르면 RFA 해체로 인해 미국 내 비자 및 보호 아래 일하던 외국인 기자 30여명이 고국으로 돌아가야 할 위기에 놓였다. 이들 중 상당수는 독재 정권으로부터 도피한 망명 언론인으로, 자국 복귀 시 투옥되거나 신변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크다.
RFA·VOA 폐쇄 결정의 배경에는 정치적 이념 갈등이 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미국에 적대적인 권위주의 국가들이 환영할 만한 귀결이기도 하다. 당장 중국 정부는 “미국이 자유 언론을 더러운 걸레처럼 버렸다”고 조롱했고, 티베트와 신장 지역에서도 RFA 폐쇄 소식을 선전용 메시지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VOA는 80년 넘게 북한·중동·중국 등 폐쇄적인 정권에 맞서 미국이 수호하는 가치를 알리는 공공외교 플랫폼으로 기능해왔다. RFA는 북한과 중국 내부 소식통 네트워크를 주력으로 검열되지 않는 정보를 보도해왔다. 북한 내부 정보를 한국 및 세계에 알리는 유일한 창구 중 하나이자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상을 인식하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이런 방송이 중단되는 것은 북한 내 여론 형성과 주민 각성, 체제 인식의 변화 가능성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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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VOA·RFA 회생 가능성 불투명…韓 대응 필요”
외부와 단절된 북한 등의 나라에 미국과 국제사회의 시각을 소개하는 전략적 수단을 미국은 자발적으로 버리려 하고 있다. 이는 최근 미국이 권위주의 포퓰리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해석된다. 표면적으로는 ‘극좌 선전’을 배제한다고 하하지만, 결국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서다.
세종연구소는 2일 ‘미국 VOA 및 RFA 방송 중단의 함의와 한국의 정책적 대응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VOA와 RFA 해체에 위법 판결이 내려진다면 이들 언론사가 운영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의 정치적 분위기상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고 짚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안드레이 란코프 객원연구위원과 피터 워드 연구위원은 “유럽 일부 동맹국들은 이미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며 “체코 정부는 프라하에 본부를 둔 자유유럽방송/자유라디오(RFE/RL)에 대한 미국 지원이 중단될 경우 그 운영을 지원할 의사를 밝혔다”고 썼다.
다만 한국의 경우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인해 유럽처럼 이들 매체를 직접 지원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RFA 서울 지국이 북한 관련 보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한국 정부의 직접적 개입은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전면적 인수보다는 일정 수준의 재브랜딩 혹은 구조 개편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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