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끔찍한 실수"
전 세계 중 미국 경제 피해 가장 클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워싱턴 DC 백악관의 로즈가든에서 열린 'Make America Wealthy Again' 행사에서 상호관세에 대한 연설을 한 후 서명된 행정 명령서를 들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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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 부과를 공식화하자 미국 안팎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출 주력 업종들은 관세 부과로 인한 후폭풍을 우려하는 한편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국 내 소비자 물가 인상(인플레이션)과 수출을 감소시키는 '자멸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이 두려워했던 최악의 사례"
2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나오자 미국 각계각층에선 "관세 부과를 재고해달라"며 즉각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전미소매업연맹은 성명을 통해 "이번 관세 조치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불안과 불확실성을 안겨줄 것"이라고 밝혔다. 전미레스토랑협회도 "국내산 신선 식자재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입산 사용이 불가피한 만큼) 이번 관세 조치는 식품 및 포장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척 슈머 민주당 연방상원 원내대표 또한 "(관세는) 가정에서 구매하는 거의 모든 제품에 대한 세금이며, 결국 억만장자들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화당 소속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조차 "끔찍한 실수"라며 "관세는 효과가 없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과 대다수 미국 언론들은 관세의 후폭풍이 결국 자국민에게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미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중 미국 경제에 가장 큰 정치적 도박을 감행한 것"이라며 "그는 패스트푸드부터 전자제품, 자동차, 새 주택까지 사람들이 사는 거의 모든 것을 더 비싸게 만드는 정책에 올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카 파올리니 핀텟 애셋 매니지먼트의 수석 전략가는 "해방의 날 다음에는 보복의 날이 따라올 것"이라며 "관세로 인해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짚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미국의 가장 비싸고 자학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X를 통해 "주식시장에서 약 4조 달러의 기업 이익이 사라질 것"이라며 "매우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경제적 손실이 20조~30조 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오클랜드항에 쌓인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오클랜드=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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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론조차 '싸늘'
실제 미국 내 여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 CBS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4%는 트럼프 대통령이 물가 인하에 충분히 집중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반면, 55%는 관세 인상에 너무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다. 트럼프 집권 전 미국인의 42%는 그의 정책에 따라 재정상태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최근 조사에선 23%에 그쳤다. 반면 42%는 트럼프가 경제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던 일부 업계에선 이번 조치를 환영하고 있다. 최근 값싼 중국산(産)에 밀려나고 있던 미국철강협회의 케빈 뎀프시 회장은 "불공정한 외국 무역 관행이 국내 산업과 노동자에 끼치는 피해를 잘 알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노동자를 지켜준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남부새우연합의 존 윌리엄스 이사장은 NYT에 "우리는 외국 경쟁에 밀려 배를 띄우지 못하는 가족 기업들을 지켜봐야 했다"며 이번 조치가 미국의 일자리, 식량안보, 윤리적 생산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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