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산불에 잿더미 된 영덕, 원전 유치 불붙나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피해 큰 해안마을, 과거 원전 부지
한덕수 권한대행 방문에 유치 건의
"복구에 또 돈 들일 필요 없다" 주장
인센티브 회수에 탈원전 불신도 커

원전 유치를 희망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3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마을 입구에 걸려 있다. 영덕=김정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산불로 주택과 바다 위 어선까지 불에 탈 정도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경북 영덕 해안마을 주민들이 원자력발전소 유치에 나섰다. 사망자까지 나올 정도로 피해가 극심한 영덕읍 석리와 노물·매정리는 이명박 정부 때 천지원전 2기를 짓겠다고 고시했던 곳이어서, 주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3일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마을에는 '영덕수소&원전추진연합회' 명의로 ‘인구감소 소득감소 원전만이 답이다’ 등 원전 유치를 희망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노물리 주민들은 전날 오후 산불 피해지역 점검차 방문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도 “산불 때문에 마을이 몽땅 탔는데 이참에 원전을 지어달라”고 호소했다.

김재현 노물리 이장은 “산불이 나기 전부터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원전이 다시 영덕으로 와야 한다고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며 “정부가 과거 원전을 추진하다 탈원전으로 무산시켜 주민들이 실의에 빠졌는데 이번 산불로 마을이 잿더미가 됐으니 원전이 다시 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대행에게 그 자리에서 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얼마 전 정부가 원전 2기를 추진한다고 했으니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2012년 9월 경북 영덕 천지원전 위치도. 그래픽=이지원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노물리에서 북쪽으로 맞닿은 영덕읍 석리에도 ‘석리마을 주민은 원전유치에 100% 찬성한다’라거나 ‘탈원전은 불법이다. 기존 선정된 부지에 웬 또 부지선정?’이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마을의 집들이 바위에 붙은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붙어 ‘따개비마을’로 유명한 석리는 주택 84채 중 78채가 탔다. 석리 마을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산불 때문에 마을이 거의 다 탔는데 복구하느라 이중으로 돈을 들일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영덕 천지원전은 이명박 정부 때 추진됐다. 정부는 2011년 영덕군 영덕읍 석리·매정리·노물리 일대 324만여㎡를 1,500메가와트(MW)급 가압경수로형 원전 건설 예정지로 정하고 2012년 9월 고시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예정지역 19%가량인 61만㎡를 매입하기도 했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마을 입구에 3일 원전 유치를 희망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영덕=김정혜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18년 6월 천지원전 건설은 백지화됐고, 정부는 영덕군에 지급했던 380억 원의 원전 유치 인센티브도 이자 29억 원을 더해 회수했다.

영덕군은 원전 유치와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원전 인센티브 회수에 반발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였다가 패소했고, 탈원전으로 주민들 사이 정부에 대한 분노와 불신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영덕군 관계자는 "산불 피해가 큰 영덕읍 석리와 노물·매정리가 과거 천지원전 건설 부지로 지정됐다가 해제돼 주민들의 기대감이 큰 건 사실"이라며 "아직 군 차원에서 정한 방침은 없다"고 말했다.


영덕=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