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에서 유래한 용어 '피터팬 증후군'은 성인으로서 책임을 회피하고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본디 심리학에서 쓰였던 이 용어가 지금 한국 경제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 수많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자격을 얻었어도 바로 중견기업이 되기를 주저하며 '졸업 유예'를 택하고 있다. 중소기업으로 회귀하겠다고 결정한 중견기업도 최근 들어 크게 늘었다. 한국 경제에 '피터팬 증후군'이 만연한 것이다.
자신이 설립한 회사가 쑥쑥 커가길 바라는 건 어느 창업자나 같은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피땀 흘려 일군 회사가 성장해 중견기업 자격을 얻는 순간, 현실은 동화처럼 낭만적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경영계에 따르면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중소기업 때 받던 혜택은 20여 가지가 줄고, 규제는 무려 80여 가지가 새로 생긴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지원은 줄고, 규제는 늘어나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경기는 계속 어려워지고 있어 자칫 잘못하면 폐업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어떻게, 감히 중견기업을 꿈꿀 수 있을까.
지난해 정부는 성공적인 중견기업 안착을 유도하기 위해 중소기업 졸업 유예 기간 연장 제도를 내놨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 기준을 넘어도 정부 혜택 유지 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 규모에 따라 혜택을 차등화하는 지금의 정책이 아닌 혁신 산업이나 미래 산업에 대한 집중 지원 등 더 확실하고 효과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이 탄탄해야 경제가 산다. 우리 중기(中企) 씨가 모두 '진정한 어른'을 꿈꾸는 날이 오길.
[이호준 벤처중기부 lee.hojo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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