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강동구 명일동 도로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 현장 〈출처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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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만인 지난 2일엔 같은 구의 길동에서 도로 중간에 싱크홀이 생겼습니다.
반복되는 싱크홀 발생에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며 “서울시가 싱크홀 위험 지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부동산 가격 등에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는 시 관계자의 설명도 나오며 오세훈 시장 등 서울시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JTBC 팩트체크부가 관련 내용을 따져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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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서울시, 싱크홀 정보 공개 안 된다?
━지난달 24일 강동구 명일동 도로에서 전날 발생한 대형 싱크홀 현장에 소방의 출입 통제 라인이 설치돼 있다. 〈출처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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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공개를 거부한 지반침하 안전지도는 서울 시내 땅 꺼짐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예측해둔 자료입니다.
시내 181개 도로의 지반 조건과 지하 상황을 종합해 위험도를 5개 등급으로 분류해둔 것으로, 지난해 말 완성됐습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을 때 “시민들의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유사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지도의 개발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서울시는 그 근거로 '국가공간정보기본법' 제35조를 앞세웠습니다.
국가공간정보기본법 제35조 〈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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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조문은 국가 지리정보와 기간 시설 등에 대한 정보 관리를 각 기관들이 규정을 만들어 하라는 내용입니다.
서울시 공간정보 보안업무 처리규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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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시설이 공개되면 테러 등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2021년 제15차 정보공개심의회 참고)
그런데 근거로 든 법률은 국민경제 발전(제1조)과 국민의 공간정보복지 증진(제3조)을 위해 2008년 만들어진 법입니다.
국민 안전 문제와 직접 연결된 법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 현장에 이번 사고로 숨진 배달 노동자 박모씨를 추모하는 꽃이 놓여 있다. 〈출처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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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지난달 24일 명일동 싱크홀 사고 현장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오후 6시29분 도로에 직경 20m 깊이 30m짜리 싱크홀이 생겼습니다.
달리던 차량이 튕겨져 나와 파손되고 뒤따르던 오토바이가 추락했습니다.
이 사고로 30대 배달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차량 운전자도 크게 다쳤습니다.
피해자들은 싱크홀이 생길 것이란 점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의 상황에 맞는 법률이 무엇인지 확인해봤습니다.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은 재난을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제3조)
이 법은 재난을 자연재난과 사회재난, 해외재난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사회재난은 “화재·붕괴·폭발·교통(항공사고 및 해상사고를 포함한다)·화생방·환경오염·다중운집인파사고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피해를 말합니다.
대통령령에선 재난의 범위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인명 또는 재산의 피해로 정하고 있습니다.(재난안전관리기본법 시행령 제2조)
싱크홀 사망사고 역시 이 재난 범위 안에 있으며, 이 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조 〈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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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은 “국가와 지자체가 재난이나 사고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책임과 의무가 있으며”(제4조 제1항) “안전에 관한 정보를 적극 공개하고,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제4조 제2항)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 지역은 오래 전부터 싱크홀 발생 위험에 대해 전문가들의 경고가 있던 곳입니다.(JTBC 3월25일 [단독] '강동구 싱크홀' 경고 보고서 있었다…"인근 공사현장서 지반침하" 보도)
하지만 어떤 기관의 조치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기간시설 정보가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싱크홀 위험 정보 공개를 거부한 건 맞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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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싱크홀 정보가 집값 떨어트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시민단체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시청 앞에서 서울시 지반침하 안전지도 공개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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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공개에 따른 실익이 있을까 의문이며 시민들의 불안만 증폭시킬 수 있다. 부동산 관련해서도 정보가 오용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 (4월1일, JTBC와 통화한 서울시 담당자)
서울시는 지반침하 안전지도 공개 불가 이유로 부동산 가격 하락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싱크홀 위험 정보가 공개되면 인근 지역 부동산의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27일 같은 취지의 서울시 관계자의 언론 인터뷰가 공개되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불러왔습니다.
집값이 시민의 목숨보다 중요하냐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JTBC는 서울시 측의 주장처럼 싱크홀 발생이 집값에 영향을 주는지 직접 따져봤습니다.
우선 서울시에서 직접 발간한 '2025 정보공개업무매뉴얼'을 확인했습니다.
2025 서울시 정보공개 매뉴얼 〈출처 : 서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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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뉴얼엔 서울시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면 '정보가 공개됨으로써 시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에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상당한 정도로 확실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발생할 우려'에 대해선 정보를 요구하는 사람이 아닌 서울시가 입증해야 한다고도 적었습니다.
다시 말해, 서울시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면, 그 정보가 정말 시민을 위협하는지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입증하지 못하면 공개해야 합니다.
실제 2016년 서울시는 '롯데가 만들어 서울시에 제출한 송파구 석촌호수 지반 안전성 용역 보고서를 공개해 달라'는 시민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인 사례가 있습니다.
“정보 공개했을 때 주변 부동산 하락 등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불이익을 초래할 가능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였습니다.
싱크홀과 부동산 가격의 관계성에 대한 연구자료도 확인해봤습니다.
2016년 도시행정학보에 실린 '싱크홀이 아파트가격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선 2014년 7~8월 송파구 석촌동에서 대형 싱크홀이 연이어 발생한 전후 송파구 아파트 매매 가격을 분석했습니다.
논문은 분석 결과 싱크홀이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JTBC는 이 연구에서 사용한 기법을 지난 11년 간 서울시에서 싱크홀이 발생했던 지역 전부에 적용해봤습니다.
우선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와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싱크홀 발생 현황을 확보했습니다.
표1. 2014년 1월~2015년 3월 전국 싱크홀 발생 그래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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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전국에서 2200건의 싱크홀이 발생했습니다. 서울시에서만 239건이 발생했습니다.(표1)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이용해 싱크홀이 발생한 전후, 해당 자치구의 월별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와 제곱미터(㎡)당 평균거래가격을 도출했습니다.
그 결과 싱크홀 발생 후 거래 가격이 유의미하게 변동하는 현상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2014년 송파구 사례와 같이 짧은 기간 싱크홀이 연달아 발생한 경우를 추려 다시 한 번 살폈습니다.
한 달 내 최소 2차례 이상 싱크홀이 연속적으로 발생한 건 9개 구에서 총 15번이었습니다.
표2. 서울시 내 싱크홀 연속 발생 지역의 아파트 거래 가격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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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에도 집값이 떨어지는 현상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서울 내에서 부동산 변동 폭이 가장 큰 강남·송파·성북구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표2)
좀 더 확실한 검증을 위해 부동산 관련 기업에도 같은 작업을 요청했습니다.
해당 기업으로부터 “싱크홀 발생과 부동산 가격 간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관련 분석을 담당한 전문가는 “단기적으로는 안전성 우려로 일부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은 있지만, 실제 거래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거나 거래가 급감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인근 지역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서울시 측의 우려는 사실이 아닙니다.
■ 지난 10년 전국 싱크홀 발생 전수조사 해보니
JTBC는 서울 송파구 대형 싱크홀 사고가 있던 2014년부터 2025년 3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 건수와 원인, 상세 주소를 전부 입수했습니다.
싱크홀이 발생한 상세 주소를 지도에 대입한 결과 주로 도시, 시내 중심부에서 많이 발생했습니다.
발생 원인으로는 상·하수관 손상이 절반 이상(54.62%)을 차지했습니다(상수관 손상 12.61%, 하수관 손상 42.01%).
그 밖의 원인으로는 다짐(되메우기) 불량(16.79%), 굴착공사 부실(8.68%), 기타 매설물 손상(4.99%), 상하수관공사 부실(3.31%), 기타 매설공사 부실(1.53%), 기타(10.07%) 등으로 파악됐습니다.
도시에서의 싱크홀 발생 빈도가 높은 것도 각종 지하 공사가 잦은 탓으로 보입니다.
단위 면적당 싱크홀 빈도를 따져본 결과, 서울시가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지난 11년 동안 한 달 내 최소 2차례 이상 싱크홀이 연속적으로 발생한 건 9개 구(강남구·동대문구·서대문구·서초구·성동구·성북구·송파구·영등포구·용산구)에서 총 15차례였습니다.
한 달 동안 싱크홀 발생이 가장 많았던 경우는 2016년 7월 강남구(4건)와 송파구(4건)이었습니다.
(자료조사 및 취재지원 : 박진희 및 조벼리)
아래 링크를 통해 기사 검증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jazzy-background-202.notion.site/JTBC-1659eb1c5fb380599e2debacf70a776a?pvs=4
구민주 기자, 오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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