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지사 측근들, 안 지사가 안고 가길 원했다"
"제대로 사과했다면 '장제원 고소' 10년 안 걸려"
성폭행 혐의로 고소돼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임시 거주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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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임시 거주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과하지 않는 가해자, 2차 가해에 가담했던 자들에 대한 단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건이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安 사건 초기, 가해자 안위부터 걱정" 고백
문상철 전 충남지사 비서관은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제원 전 의원의 죽음을 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든다”며 이른바 ‘안희정 성폭력 사건’에 대한 반성의 글을 게시했다. 문 전 비서관은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을 때, 피해자 김씨를 도왔던 인물이다.
사실 문 전 비서관은 원래 안 전 지사의 측근이었다. 그는 SNS 글에서 “안희정 사건 당시 (처음에는) 안 지사의 안위를 걱정했었다. 수치심을 견디지 못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였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나는 검찰 조사를 받으며 내 말의 모든 것을 증명해 내야 했고, 가족은 신변 위협으로 피신해 있을 때였다. 피해자는 죽음을 결심하고 한강을 배회하다 겨우 구조되기도 했다. 정작 고통을 겪고 있었던 건 피해자와 그 주변의 증인들이었지만, 나의 시선은 가해자의 안위에 머물러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당시 안 지사의 측근이었던 안희정계 의원들은 달랐다”고 썼다. 문 전 비서관은 “안 지사의 사과를 요청하기 위해 만난 그 자리에서, 그들은 안 지사가 모든 잘못을 품고 사라지길 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죽음으로 모든 게 정리됐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안희정 사건이 자신들에게 끼칠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의원들의 냉혹함에 다시금 놀랐다”고 회고했다.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이 확정돼 3년 6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던 안희정(오른쪽) 전 충남지사가 2022년 8월 4일 형기를 마친 뒤 경기 여주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하고 있다. 여주=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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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가해, 피해자 움츠러들게 만든다"
7년 전 김씨에 대한 안 전 지사 측 정치인들의 ‘2차 가해’가 장 전 의원 사건 피해자 A씨를 움츠러들게 했을 것이라는 게 문 전 비서관의 지적이다. 그는 “2018년 안희정 사건 당시 2차 가해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재판 결과가 나온 이후에라도 가해자(안 전 지사)를 옹호했던 수많은 정치인이 온전히 사과하며 의미 있는 선례를 남겼다면, (2015년 사건 발생 후) 장제원 사건 피해자가 고소를 결심하기까지 어쩌면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적었다.
정치권의 부족한 반성이 결국 장 전 의원 죽음을 낳았다고도 했다. 문 전 비서관은 “안희정-오거돈-박원순-박완주-장제원 등으로 이어지는 권력형 성폭력 사건 속에서 정치권이 온전히 반성했다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우리는 매번 이런 비극을 마주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대로는 안 된다”며 “사과하지 않는 가해자, 2차 가해 가담자들에 대한 단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리고 정치권이 공적 제도의 변화보다 사적 감정만을 앞세운다면 우리는 제2, 제3의 동일한 사건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안 전 지사는 ‘비서 성폭행’ 혐의로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형이 확정됐고, 2022년 8월 만기 출소했다. 문 전 비서관은 2011년부터 7년간 안 전 지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지만, 김씨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접한 뒤에는 김씨 조력자로 나섰다. 2023년 이 사건을 다룬 책 ‘몰락의 시간’을 냈고, 현재 메디치미디어 미래전략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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