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3일 한국국제통상학회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향후 한국의 대미 수출품 관세율은 26.2%로 상승한다. 그간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에 평균 0.2%의 실효 관세율을 적용받았다. 여기에 상호관세 26%가 더해졌다. 미국 내 경쟁국과 비교하면 처지가 더 나빠졌다. EU의 관세율은 한국보다 높은 1%였는데 이번 상호관세가 20%로 정해지면서 총 21%로 한국보다 5.2%포인트 낮아졌다. 일본 역시 기존 1.4%에 상호관세 24%를 더해 총 25.4%다. 한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EU∙일본보다 떨어진다는 의미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 상호관세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급격히 상승한 관세는 대미 수출의 하강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리더십 부재 속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두 차례 미국을 방문하며 꾸준히 설득 작업을 해왔다. 한때 “한국에 우호적인 고려를 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관세 부과 명단에서 빠지거나, 세율을 낮추려는 노력은 수포가 됐다. ‘통상 외교의 실패’란 냉정한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수출은 4년 연속 이어지는 내수 부진 속 성장의 버팀목이었다. 수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큰 폭으로 둔화하면 사실상 엔진을 떼고 달려야 한다. 올해 1분기 이미 한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안 장관은 “관세 부과가 대미 수출 주요 품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업종별 피해 최소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3일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0.76% 하락해 2500선이 깨졌다.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는 한때 4.5% 급락했다. 유로∙엔 등 주요 여섯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한 달러인덱스는 3일 오전 102.56까지 하락했다. 연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달러 가치 하락은 상호관세 부과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 현황이 표시돼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금은 분노할 여유조차 없다. 어차피 미국이 답을 정해 놓고 시작한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 “(관세율은) 협상을 거치면서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세 부과 발표가 협상의 시작점이란 뜻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대응 능력이 중요하다. 일단 정부는 대미 무역흑자 축소 노력, 한미 FTA 체결 취지 등을 강조하며 설득에 나설 전망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 파트너로서의 위상, 향후 대미 투자 계획 등도 앞세울 수 있는 무기”라고 말했다.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한·미 FTA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초대형 악재에 경제는 멍드는데 길 잃은 정치가 또 한 번 발목을 잡는다. 2004년엔 탄핵 반대, 2017년엔 탄핵 찬성이 압도적 여론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불안도 빠르게 수습됐다. 지금은 아니다. 헌재조차 불신한다는 여론이 40%를 넘는다. 불안은 경제의 최대 적이다.
염지현 기자, 세종=장원석∙김민중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