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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확실…증시, 관세 충격에 10%는 쉽게 떨어질 것"[오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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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2일(현지시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에 대해 월가 전문가들 대다수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뛰고 경제 성장률은 급격히 하락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이 커진 가운데 증시는 추가 하락하며 침체장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침체장은 최고가 대비 20% 이상의 주가 하락을 의미한다. S&P500지수의 2일 종가는 지난 2월19일 종가 기준 사상최고가 대비 7.7% 낮은 수준이다.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발표한 관세율을 각국과 협상을 통해 낮출 것이란 기대감이 있어 증시가 패닉(공황)성 매도세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도 있었다.

머니투데이

S&P500지수 올들어 추이/그래픽=김지영




"美 투자 기업, 관세 예외 있을까"

글로벌 금융 자문사인 드비어 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나이젤 그린은 "오늘은 글로벌 무역에 지진이 일어난 날"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전세계를 더욱 번성하게 만든 시스템을 무모한 신념으로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웨드부시의 애널리스트인 댄 아이브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상호관세 발표에 대해 "월가가 두려워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더 나쁘다"며 "아직 살펴봐야 할 세부 사항들이 많고 투자자들은 앞으로 24시간 동안 각국에 대한 구체적인 관세율을 따져 보겠지만 가장 놀라웠던 것은 중국에 34%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주요 무역 파트너인 유럽연합(EU)에 20%, 대만에 32%의 관세를 매긴다는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발표로 기술주는 수요 붕괴, 공급망 문제, 특히 중국과 대만에 대한 높은 관세율 등에 따라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다만 "애플은 기본적으로 모든 아이폰을 중국에서 생산하는데 지난 2월 애플이 발표했던 것처럼 미국에 더 많은 공장과 운영 시설을 짓겠다고 하면 이런 기업들은 이번 관세 정책에서 예외나 면제를 적용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美 증시, 침체장 진입 가능성도"

CFRA 리서치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샘 스토발은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이렇게까지 가혹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월가가 우려하는 것은 이번 관세로 인해 단순히 시장 변동성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올라가고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관세 발표로 아마 증시는 더 떨어질 것이고 전 저점을 시험하면서 더 깊은 조정으로 들어갈 것"이라며 "사람들은 명확성을 기대했지만 불확실성만 더해졌다"고 평가했다.

BCA 리서치의 수석 전략가인 마르코 파픽은 "이 (관세) 정책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세계는 영구적으로 탈세계화되는 새로운 현실에 직면할 것"이라며 "(관세율이) 조정되는 동안 어떤 형태로든 경기 침체가 있을 것은 거의 확실하고 증시는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미국 증시가 앞으로 10%는 쉽게 더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B. 라일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아트 호건은 "이번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까지 한 발표 중 가장 뒤죽박죽이었다"며 "새로운 관세의 궁극적인 수준과 함께 복잡성의 정도는 두려워했던 것보다 더 나빴고 이는 아직 시장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증시가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보복 관세 가능성…방어적 대응"

블루칩 트렌트 리포트의 수석 기술분석 전략가인 래리 텐타렐리는 "관세율이 예상했던 것보다 높게 나와 증시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다른 국가들이 보복 관세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판단해 현금 비중을 평균 이상으로 높여 방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누슨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이자 글로벌 멀티애셋 글로벌 팀장인 애덤 헤츠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높은 국가별 관세율은 이것이 '협상 전술'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만 당분간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며 "다행히 각국에 적용된 높은 관세율은 여기에서 (기본 관세 10%까지) 낮아질 여지가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시장의 고통을 놀라울 정도로 감내하고 있는데 각국과 관세 협상이 진행되면서 경제적 고통이 현실화돼도 그럴 수 있을지는 큰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관세로 인한 증시 급락에 거의 무관심한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앞으로 닥칠 경제적 고통에도 그럴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연준, 금리 인하시 긍정적"

언리미티드 펀즈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밥 엘리엇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율은 대공황 때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미국의 경제 성장세를 훼손시키겠지만 투자자들은 향후 수개월간 협상을 통해 관세율이 낮아지거나 관세 정책이 뒤집힐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시장의 초기 매도세는 제한될 수 있다고 봤다.

프린시펄 자산관리의 글로벌 멀티애셋 퀀트 전략 팀장인 토드 자블론스키도 "관세로 인해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커질 수 있다"면서도 "매그니피센트 7의 최근 주가 수익률을 보면 시장은 이미 관세 영향을 반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경기 둔화에 대응해 금리를 인하한다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4일 고용지표 주목

시장은 이날 발표된 관세율에 대한 각국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는 가운데 오는 4일 지난달 고용지표 발표를 맞게 된다. 또 이달 중순부터는 대형 은행들의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어닝 시즌이 개막한다.

월밍턴 트러스트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의 CIO인 토니 로스는 "(어닝 시즌을 통해) 기업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실제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또 자본지출을 통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가이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이 증시에 다음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3일에는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30분)에 지난주 실업수당 청구건수와 지난 2월 미국의 무역수지가 발표된다. 오전 10시엔 공급관리협회(ISM)의 3월 서비스업 지수가 나온다.

오후 12시30분에는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이, 오후 2시30분에는 리사 쿡 연준 이사가 각각 연설에 나선다. 세부적인 국가별 관세율이 발표된 만큼 경제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언급이 있을지 주목된다.

/배런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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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2시20분 현재 S&P500지수 선물은 3.0%, 나스닥100지수 선물은 3.5%, 다우존스지수 선물은 2.3% 급락하고 있다.

전날 시간외거래에서 46%의 관세율을 부과받은 베트남에 생산 시설이 있는 나이키와 갭, 룰루레몬 등은 7~10% 사이의 하락률을 보였다. 중국에 대한 생산 의존도가 높은 애플도 6% 가까이 하락했다. 엔비디아와 AMD 같은 반도체회사와 캐터필러, 보잉 등 다국적기업들의 주가도 추락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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