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청구서가 한국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유난히 혹독한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FTA 체결국 가운데 호주,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도미니카공화국,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모로코, 페루, 싱가포르, 온두라스 등 11개국은 기본관세율(10%)을 적용받았다. 요르단(20%), 니카라과(19%), 이스라엘(17%)도 한국보다 낫다. 미국이 앞서 25% 관세 부과를 발표한 캐나다와 멕시코 정도만이 한국과 유사한 처지다.
한국은 일본, 유럽연합(EU)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밟고 있었다. 미국과 체결한 FTA 덕분이다. 이젠 다르다. 관세 후폭풍 우려가 커졌다. 그나마 자동차·철강엔 품목별 관세(25%)만 적용돼 이중관세는 피하게 됐다지만,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스타일로 미루어 낙관할 수는 없다.
이번 관세 부과가 아시아권 정밀 타격이나 다름없다는 점도 주목된다. 49% 관세가 적용된 캄보디아를 필두로 라오스(48%), 베트남(46%), 중국(34%), 인도(27%) 등이 주된 표적이다. 초고율 관세의 자세한 근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이 동남아를 대미 우회 수출의 주요 통로로 활용해온 것과 무관할 리 없다. 미·중 패권 경쟁, 공급망 재편을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이다.
트럼프는 동맹이나 우방, FTA 국가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았다. 나라별로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구체적인 산식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제시한 차트에서 한국은 미국에 50%의 무역장벽을 적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6% 관세가 오히려 ‘디스카운트’(할인)된 것이라고 했다. ‘엿장수 맘대로’ 식의 셈법이다. 한국 관세율 수치가 25%와 26%를 오가는 혼선도 노출했다. 트럼프 관세전쟁이 주먹구구식으로 전개된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방증으로 봐도 큰 무리가 아니다. 아마, 앞으로도 당분간 이럴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26% 상호관세를 산정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 중에선 가장 높은 세율을 적용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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