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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장벽보고서 들고 "해방의 날"… 아베 추억하다 한국 건너뛴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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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당위성 설파한 백악관 50분 연설
연단 오른 車노동자 “100% 정책 지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발표 연설을 하던 중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말 펴낸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보고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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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4시 8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경내 정원 로즈가든. 중요한 발표나 외국 정상과 공동회견을 하는 이곳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단에 선 것은 두 번째 집권 뒤 두 달여 만에 처음이었다. 상호관세 발표에 그가 부여한 의미가 그렇게 컸다.

“오늘은 (미국의) 해방일”이라며 운을 뗀 그는 세계화에 따른 무역 자유화 흐름 속에 미국의 철강 노동자, 농민 등이 “정말 고통받았다. 50년 이상 착취당했다”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날 중 하나”라며 “경제적 독립기념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관세 덕에 늘어날 세수와 일자리가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 50분간 이어질 관세 당위성 설파의 들머리였다.

유명 TV 리얼리티쇼 진행자 출신인 그는 지난해 대선 유세 당시 연설에 소품을 즐겨 활용했다. 이날 동원된 소품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지난달 31일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한국 등 59개국의 비관세 장벽을 망라해 펴낸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보고서)다. 그는 이 책자를 들고 흔들며 “외국의 무역 장벽이 상세히 적힌 아주 큰 보고서”라고 칭찬했다.

다른 하나는 국가별 상호관세율이 적힌 도표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으로부터 건네받은 해당 도표에는 미국의 무역 상대국이 미국에 부과한 관세와 미국이 절반가량을 깎아 책정한 상호관세 두 항목이 대비돼 있었는데, 각국 관세는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해 미국이 임의로 자체 집계한 수치였다.

그는 위부터 차례로 소개해 나갔다. 꼭대기에는 중국이 있었고, 한국은 7번째였다. 수치들을 언급하며 인도까지 내려왔을 때 그는 상대 국가 정상 얘기를 꺼냈다. “인도는 우리에게 관세를 부과했지만 우리는 수십 년간 거의 아무것도 부과하지 않았다. 인도 총리는 내 친구”라고 말했고 그러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추억담으로 얘기가 거꾸로 튀었다. “그는 환상적인 사람이었지만 불행히도 암살당했다. 그는 내가 무엇을 바라는지 알았다”고 했다. 인도는 6번째, 일본은 그 앞 5번째 자리였다. 그가 다시 도표로 돌아왔을 때는 9번째인 스위스였다. 한국과 태국은 횡설수설하다 건너뛴 것이다.

미국 미시간주 출신 자동차 산업 은퇴 노동자 브라이언 판네베커(오른쪽)가 2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초청으로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 상호관세 발표 행사 연단에 오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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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무대에는 조연도 초청됐다. 전미자동차노조(UAW) 회원 20명가량을 데려온 미국 미시간주(州) 출신 자동차 산업 은퇴 노동자 브라이언 판네베커는 자신의 첫 대통령 투표가 로널드 레이건이었다며 “도널드 트럼프 등장 전까지 그가 내가 본 최고의 대통령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판네베커는 트럼프 관세 정책을 “100% 지지한다”고도 했다. 자동차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로 보호하려 하는 대표적 일자리 분야다.

“신이 미국을 축복하기를”이라는 말로 연설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단상 옆 책상에서 관세 관련 2건의 문서에 서명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각료가 총출동한 이날 행사 현장에는 안전모를 쓴 노동자 여럿이 대통령 연설을 들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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