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한목소리 경고
2024년 부동산 대출 1932조… 민간의 49.7%
한은 “수도권 불패 신화에… 매년 100조씩↑”
은행 이자 중심 영업·정부 자본규제 한몫
자본 생산성 저하·소비 약화 부작용 우려
부동산값 급락땐 내수·투자 위축 가능성
금융 수장들 주택금융 개혁 필요성 공감
“‘지분형 모기지 도입 6월 로드맵 발표”
3일 한국은행은 금융연구원과 공동 개최한 ‘부동산 신용집중: 현황, 문제점 그리고 개선 방안’ 콘퍼런스에서 우리나라 개인과 기업 빚 절반이 부동산 대출에 쏠려 있다고 밝혔다.
다수 기업이 입주한 서울 도심의 모습.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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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관련 신용(대출) 규모는 작년 말 기준 1932조5000억원으로 전체 민간(개인+기업) 신용의 49.7%에 달했다. 추이를 보면 2014년 이후 매년 약 100조5000억원씩 증가했다. 이는 금융기관의 가계 주택관련대출,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과 부동산·건설업 기업대출(프로젝트파이낸싱 포함)을 합한 수치다.
이처럼 부동산에 대출이 집중된 원인으론 가계·기업의 부동산 투자 집중, 금융기관의 이자수익 중심 영업, 부동산 대출을 유도하는 자본규제 등이 꼽혔다.
공급 측면의 원인도 있다. 한은은 국내 은행들이 위험 대비 안정적 수익 확보가 가능한 주택 관련 대출 중심으로 자산 규모를 확대해 왔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주택 관련 정책금융이 지속적으로 공급됐고, 대출요건도 완화되면서 대출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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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퍼런스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부동산 쏠림 현상이 경제성장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 자체 분석에 따르면 부동산업은 대출집중도는 가장 높은 반면 자본생산성은 서비스·제조업의 절반 이하로, 신용이 집중될수록 민간신용이 창출하는 전체 부가가치를 떨어뜨렸다.
한은과 금감원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금융기관의 부동산 대출 취급 유인을 억제할 수 있도록 자금규제를 보완하자고 제안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본규제하에서 부동산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RW)가 일반 기업대출의 5분의 3 수준이어서 은행들이 이를 우선시했다는 것이다. 금감원도 생산적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에 인센티브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한 은행 대출창구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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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퍼런스를 찾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더 나아가 주택금융 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공통으로 제안한 것은 지분형 모기지로의 전환이다. 주금공 등 정책금융기관이 지분 투자자로 참여해 주택 매수자의 대출 부담을 완화하는 제도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집 구매 시 정책금융이 많이 활용돼 왔는데, 가계부채 관리에 있어 바람직한 방식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계기관과 지분형 모기지 정책을 협의 중으로 6월까지 구체적 로드맵을 발표하겠다”면서 “주택 구매 자금이 부족한 이들이 대출이 아니라 지분 형식으로 자본을 조달해 부채를 일으키지 않도록 정책금융을 활용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바젤3만으로는 부동산 쏠림이 큰 상황에서 작동을 안 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면서 “현재 가중치가 15%로 책정돼 있는데, 이것이 정말 우리나라 상황에서 적절한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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