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튀김은 간단한 듯 보이지만 꽤 내공이 필요한 요리입니다. 특히 튀김옷을 만드는 과정이 까다롭죠. 밀가루의 종류, 휘젓는 강도와 시간, 수분의 양, 반죽의 온도와 보관 시간 등 많은 변수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자칫 눅눅하거나, 너무 기름지거나, 아니면 딱딱한 튀김이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튀김가루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적당량의 물을 넣고 휘저어 튀김옷을 만들기만 해도 꽤 괜찮은 품질의 튀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최초의 튀김가루는 1959년 일본 쇼와산업에서 출시한 ‘덴푸라코(天ぷら粉)’, 즉 덴푸라가루입니다. 하지만 이 제품은 기대와는 달리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으며 창고에 재고로 쌓이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튀김옷은 밀가루’라는 인식이 소비자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먼 미국 땅에서 반전이 일어납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일본요리 붐이 일고 있었는데, 한 바이어가 가정에서도 손쉽게 일본식 튀김을 할 수 있는 혼합 밀가루가 있는지 쇼와산업에 문의한 것입니다. 이에 쇼와산업은 창고에 있던 덴푸라가루를 샘플로 보내고, 이듬해 미국에서 다시 제품으로 출시해 큰 성공을 거두게 되죠.
튀김가루의 주성분은 당연하게도 밀가루입니다. 튀김옷의 바삭함은 밀가루를 반죽하는 과정에서 포집된 수분이 증발하면서 생겨나는 수많은 구멍들이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글루텐을 완전히 제거해버리면 튀김옷의 단단한 골격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튀김가루는 주재료인 밀가루에 전분을 추가하여 글루텐 비중을 최소한으로 낮추게 됩니다. 그리고 조리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합성 팽창제를 추가합니다. 그러면 튀김옷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면서 수분 증발과 더불어 무수히 많은 구멍들이 만들어집니다. 그 결과 훨씬 더 가벼우면서도 바삭한 튀김옷이 탄생하죠.
마침내 튀김이 완성되었습니다. 마법의 밀가루가 얼마나 역할을 잘했는지 확인할 시간이네요.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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